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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Jul 20. 2023

꽃길을 걷는 남자

디 x

로망, 버킷 리스트 이런 게 있잖아요. 제 로망 중 하나가 디 x 광고여요. 은퇴하면 나이 들어 외모 모양새는 빠지겠지만 꽃밭에 누워, 딩굴에 하늘을 보겠다 했습니다. 가능할까 싶지만 뭐 꿈은 자유니까 자유를 갖고 살아요.



남들은 대부분 게임 한두 개는 한다해요. 폰게임이나 컴게임 등 말이죠. 그런데 게임은 당최 흥미가 없습니다. 잘하지도 늘지도 않고 화면을 보면 두통만 와요. 각 단계별 성취도가 없으니 당연 게임은 꽝이어요.


큰애와 작은애가 몇 년 전부터 직사각형 게임기를 들고 다녀요. 역풍이 무서워 뭐라 하지도 못하고 내내 못마땅하고 지냈지요. 그렇게 세월이 지나 얼마 전 큰애가 게임기를 들고 와서 아는 체를 하고 가르쳐 줄 테니 해보자는 거예요. 게임에 대하는 자신의 성격을 아는 터라 탐탁지 않았지만 성의가 괘심 해서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큰애는 아버지와 같이 하는 게 무지 재미나나 봅니다. 실망시킬 수없기도 해서 스스로 인내심을 시험해보고 싶었어요. 과연 게임에 얼마나 진심일 수 있고 오래 할 수 있을까라는 시험대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게임 주인공이 되어 뽈뽈거리며 같이 돌아다니며 배운 게임이 바로 "동물의 숲"이란 거고 게임기는 비로소 닌텐도라는 걸 알았습니다. 슈퍼마리오 닌텐도요.


게임에 흥미를 일도 없어하는 사람에게 긴장감도 없는 게임이 재미가 있겠습니까? 물고기, 곤충을 잡고, 화석을 캐서 팔아 돈을 만들고 그 돈으로 원하는 것을 사고 만들어간다는 놀이로 남자가 하기에는 좀 싱거운 그런 게임이지만 나름 엄청난 인기게임이라 합니다. 현실에서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꿈과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대리 만족의 가상공간인 것 같습니다.


기본적 개념을 익힌 후 며칠, 꽃씨를 사서 정원을 가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삽으로 꽃을 뽑고 심을 수 있다는 놀라운 기능을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느낌(필)이 팍 온 거죠. 게임을 해야 할 목적, 목표는 오직 디 x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로망이자 버킷 리스트 이거던요.


매일 꽃씨를 사기 위해 낚시를 하고, 곤충을 잡았고, 심은 꽃씨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 꽃을 피웠습니다. 이렇게 빨리 꿈이 이루어질 줄 몰랐습니다. 빨강, 노랑, 흰색의 꽃길(밭)만을 매일 아침 걷습니다. 오늘 직장동료 L부장님에게 이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합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웃을 일 드문 날들에 뜻밖의 이룬 꿈에 세상이 아름다움을 느끼면 좋은 거 이니까요. 오늘은 "꽃을 든 남자"에서 "꽃길을 걷는 남자"입니다.




https://brunch.co.kr/@chunsikkimhpeu/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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