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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Jul 25. 2023

내말 좀 들어 줄래 2

눈물의 힘, 선한 정체

올 설에 대구에 들려 어느 정도의 감정 상태를 여동생에게 이야기했었다. 감정의 연장선상에서 감성이란 성품은 어렸을 때부터 남모르게 따라다녔든거 같다. 감성이 우울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세월이 흐리고 흘러 50이 넘으면 통상 갱년기에 접어들게 되고 이때가 되면 통상 증가한 여성호르몬이 오래 끈질기게 달고 다닌 감성과 만나 불난 곳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을 것이란 추정이다.


동생의 이야기로는 그랬다. 더 깊은 골로 빠지기 전에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약물로 통제가 가능하다 했다. 병원 상담 진료가 예전처럼 특별한 것이 아니고 통상적이라는 조언도 해주었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조금 달랐다. 진짜 이러다 병원 상담을 가야 하는 건가라는 위기의식이 정신을 일깨웠다. 거짓말 같지만 충격이 1차 우울증 극복 사례가 되었다. 스스로 엄밀하게 따지면 우울 보다 조울에 가까워 보이는 증세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게 왜 살아야 하는지부터 시작되는 우울은 종일 우울하지 않으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우울해야 만 했다. 우울해야 하니까 음악은 클래식도 가요도 단조계의 슬픈 것이 우울의 깊이를 파기에 좋았고 너튜브는 눈물을 유발하는 각종 영상들을 일부러 찾아 눈물을 흘리기에 적합했다.


그렇게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어느 날 회사에서 직원과의 작은 말다툼 중 갑자기 서럽게 펑 울어 버렸다. 세상에서 내 말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서러움에 대한 폭발이었다. 그 사건 후 사무실에서 나이 많은 어른이 운다는 것이 많이 부끄럽기도 한 일이었지만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당겨진 고무줄처럼 팽팽한 긴장감(Coming out)에서 줄이 끊어진 느낌으로 편안함과 좋아진 기분을 느낀다. 기뻐도, 슬퍼도, 화가 나도 흘린다는 눈물의 선한 정체에 신기하단 느낌이 들었다.


이제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늘었다. 적은애는 비밀이라 말 안 했다 하면서 지금 병원 상담에 도움을 많이 받고 만족하고 있으니 걱정 마라 위로를 안심을 시켰고, 직장 동료들과 친구들도 응원을 해주었다. 오랜만에 연락된 부산 Y는 전문가라 하며 상담을 자처했고 광양의 C는 진심 걱정을 해주기도 했다.


아플 때 말 한마디 거들어 주는 주변 분들의 도움과 급하게 흘린 눈물이 일단 급한 발등의 불을 꺼진 것 같다. 마음 가짐의 문제 이긴 하지만 이제 3, 4차의 위기가 온다 해도 극복할 동력과 내성이 생긴 셈이 아닐까 걱정을 잠시 놓아 본다.


https://brunch.co.kr/@chunsikkimhpeu/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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