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보다 더한 우울
몇 달째 아프다. 몸이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하더니 체중이 꽤 많이 줄었다. 그저께 운동을 하고 샤워실 체중계에 오른 게 잘 못이었다. 20년 넘게 변동이 없었던 몸무게가 4킬로가 준 것을 본 것이다. 의도적 감량이라면 좋아해야 할 일이 맞겠지만 삼 개월여 아픈 몸의 결과라 숫자를 확인한 순간 마음의 병이 함께 오고야 말았다.
어제는 종합병원, 오늘은 개인 병원에서 뽑고 문 지려고 우유주사까지 섭렵했다. 결과에 두 손 가득 남은 것은 커다란 약봉다리다. 이러다 약의 양만으로도 배를 채우고 끼니를 해결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병원 검사를 마치고 온전한 내 공간인 차에 돌아와 한숨을 들이쉬고 내어 쉬고 긴장한 마음을 가다듬고 나니 오후 출근 시간이 한 시간 남짓 남아 있어 가까운 해변 공원에서 남은 시간을 소진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곳은 매우 한가했다. 평일인데도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편 아재무리도 보였다.
어제부터 톡을 보내도 전화를 넣어도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그냥 말만 들어주고 공감만 해줘도 좋은데 그러기엔 그들도 바쁘고 해야 할 일들이 많은 모양이다. 아 이래서 "단 한 명이라도 내 말을 들어줄 사람만 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체중감소라 하면 살 빠져 좋겠다라하고, 아프다 하면 나이 탓이라 하고, 일 많다 하면 누구는 노느냐고 한다. 왜냐고, 얼마나 많이 아프냐고를 물어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사무실에 들어왔다. 해야 할 일은 뭐가 그리 많은지 끝이 없다시피 하다. 하루를 멀다 하고 신기하게도 새로운 일이 만들어지고 생긴다. 직원들은 아우성이다. 내가 많이 힘이 들기도 하다.
퇴근 무렵, 직원과 업무다툼에 쌓였던 감정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어제 브런치에서 본 정신과 상담 글이 기폭제가 되었을까 갑자기 직원 앞에서 펑펑 울면서 50넘은 아재 실장이 직원 앞에서 서러움을 토한 것이다. 누가 내 말 제발 좀 들어 달라고.
저녁으로 그간 먹고 싶었지만 먹을 수 없었던 라면을 앞뒤 생각지 않고 맛나게 먹었다. 한바탕 울고 나니까 비빈 벌건 눈에 쪽 팔림이 많지만 마음은, 내 눈에 비친 세상은 이제 평온 해졌다. 참말 세상은 우리를 그냥 두지 않았다. 그냥 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