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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Jul 30. 2023

0.5 리터 물 + 0.5 리터 마음 = 1리터 나눔

오늘 제일 잘한 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덥습니다. 습도 또 한 높고요. 집 오는 길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 쿠 x 택배 차량에 부부처럼 보이는 젊은 남녀가 땀을 뻘뻘 흘리며 택배 물건을 카트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아, 참 열심히 사시는구나 싶어 짠했습니다. 제 차 안에는 물 세병이 있습니다. 방금 전 편의점에서 2+1을 구입했습니다. 결석 치료 중이라 물이 많이 필요해서요. 2개는 내 몫, 더하기 1은 그분들께 왠지 드리고 싶었습니다.


시행할 것인지 갈등하다 결단을 못 내리고 택배 차량을 지나쳤어요. 짧은 순간에 별의별 생각이 났습니다. "동정일까? 물은 나도 필요한데? 오지랖인가? 보여 주기식 가식? 받는 사람의 기분은?"


에라 모르겠다 싶어 아파트 한 바퀴를 더 돌아 택배차량 있는 곳으로 돌아왔는데 차량이 이동하고 없어졌습니다. 갈등하는 차에 시기를 놓친 겁니다. 그럼 그렇지 잘되었다 싶어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보통 택배차는 도로 중앙에 대충 주차하던데 이 차는 가지런히 주차 공간에 주차를 해 놓아 못 찾은 거였습니다. 배달 가고 두 분이 안 보입니다.


기다리면서 물 한 통의 오지랖을 끝까지 부려야 하냐는 갈등은 계속되었지만 스스로 양심을 믿기로 했습니다. 잠시 후 남자분이 보여 "차가운 물이요. 1+1이라 하나 드려요"라 하고 후다닥 돌아서 왔습니다. 눈이 마주친 짧은 순간 더위에 얼굴이 붉게 익은 것이 보였습니다.


늘 가식이란 검열에 마음이 걸리지만 물 0.5리터와 마음 0.5리터가 합해져 총 1리터의 나눔이 오늘 한일중 제일 잘한 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젊으신 두 분에게 꼭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에는 마음 2리터에 도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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