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사람이 편지 한 통을 들고 아가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가씨는 그가 아버지의 추천으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서로에게 인사를 시키며 공씨 어르신의 편지를 내게 보여주었다.
보아라
여식으로부터 호태누각의 여러 가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장사가 잘된다고 하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또한 숙박비로 받은 여러 나라의 교역품들을 이곳 개경 시전에서 다시 되팔아 이익을 더 얻을 수 있으니,
이 또한 기쁘다.
다만 염려가 되는 것은 누각의 이곳저곳에 흠이 많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장치가 여럿 있다는 점이다.
이에 솜씨가 뛰어난 이를 보내니, 함께 누각의 흠난 곳을 둘러보고 수선하도록 하라.
경상도에서 온 최씨 성을 가진이라는 것 밖에 나도 아는 것이 없으나.
그 실력만큼은 뛰어나니 믿을만할 것이다.
편지를 읽고 아가씨와 함께 호태누각의 이곳저곳을 함께 둘러보며 어떤 것이고, 어떤 쓰임새인지 알려주었다. 일하고 있는 일꾼들과도 눈을 마주치며 공손히 인사하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온화해 보였으나, 살펴보는 그의 눈매는 몹시 매서웠다.
그가 말하기를 옥상에서 물을 데워 따뜻한 물을 내려보내는 대나무관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하며, 각 연결부위마다 틈이 벌어져 물이 많이 새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에 문득 아래층의 방에서 따뜻한 물을 받는데 물이 적게 나와서 한참이나 걸렸다고 하는 말이 생각났다.
“민어의 부레를 끓여서 만든 유교는 그 끈적임과 교착력이 매우 강해 서로의 이음새를 단단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 그렇단 말입니까? 문제만 알고 답을 몰라 이런저런 풀들로 고민을 하던 차였는데 민어부레라니. 그대의 식견에 여러 날의 걱정이 풀리는 듯합니다.”
“아닙니다. 공씨 어르신으로부터 받은 은혜가 크니 그만큼의 보답을 이곳에서 하려 합니다.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아닙니다. 이곳 호태누각의 문제와 수선은 그대에게 맡길 것이니, 오랫동안 저희와 함께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다만 이곳 벽란도로 오게 된 이유는 또 하나가 있으니, 들어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 말씀하시지요?”
“이곳 벽란도에는 원나라를 포함하여 다양한 나라에서 많은 이들이 서로의 물품과 지식을 교역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요.”
“그들에게서 많은 문물과 지식을 배우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그런 꿈이라면 걱정하지 마시지요. 능히 이루게 해 드릴 것입니다. 또한 희선이 함께하며 그들과 교역함에 문제가 없게 할 것입니다.”
“오라버니, 이곳 누각의 객실 안내는 누가 한단 말입니까?”
“제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아가씨는 희선과 제법 친해진 듯 그녀의 말을 이었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보니 최씨 총각이 무척 맘에 드는 모양입니다.”
“아가씨 농이 너무 지나칩니다. 제게는 오로지 우리 오라버니뿐입니다. 호호호”
아가씨와 희선의 대화를 뒤로한 채 중기는 최씨를 숙소로 안내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최씨는 다른 일꾼들과 함께 옥상의 물을 데우는 곳을 점검하며, 바닷물을 이 높은 곳까지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곤 매우 놀랐다 일꾼들이 벽의 계단으로 바닷물을 담은 통 울 메고 올라가 저장고에 담는 모습에 그는 매우 걱정을 했다.
그로부터 얼마 최 씨는 나에게 설계도 은 그림을 보여주며 제안을 했다.
“일꾼들이 저 높은 곳까지 무거운 바닷물을 메고 올라가서 저장고에 담는 모습을 보니 매우 걱정이 됩니다. 떨어질 위험도 있고, 계단을 오를 때마다 출렁임에 바닷물을 많이 쏟는 것 같습니다. “
“저도 그 점이 매우 걱정이나 어떻게 할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
“ 자 이 그림을 보시지요 “
그림에는 바닷가 근처의 땅을 파고 저장고를 만들고 바다와 연결하는 길을 내서 바닷물이 자동으로 모이게 한다. 그리고 땅의 저장고와 옥상의 저장고를 잇는 길고 두꺼운 줄을 연결한 후 바닷물을 담는 통을 줄에 매단다. 그 줄을 도르래와 같은 연결장치에 연결하고 그 장치는 다시 세 마리의 소가 돌리는 큰 바퀴에 맞물리도록 해두었다. 소가 큰 바퀴를 돌리면 맞물린 작은 바퀴가 돌아가고, 작은 바퀴에 감긴 줄들이 높은 곳으로 말려 올라가고, 일꾼 둘이서 줄에 매달려 올라오는 통 안의 바닷물을 저장고로 담아내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니 사람이 하는 일보다 훨씬 수월하고 능률적인 듯하였다. 모두들 최씨의 설명에 감탄하며 놀란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눈만 깜빡일 뿐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아가씨와 나는 공사할 수 있는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의논을 하였고, 중기와 최씨는 일꾼들을 모아 여기저기에 작업할 수 있도록 표식을 해두었다. 중간중간에 큰 기둥들을 박아 줄을 받치도록 한 모습이 무척 안정적으로 보여다. 최씨의 지시를 받으며 누각의 일꾼들과 밖에서 온 목수들은 모두들 일사천리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몇 달에 걸쳐 작업은 진행하였으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최씨의 번득이는 생각과 솜씨로 해결해나갔다. 공사가 완성되고, 결과물을 보았을 때 그 웅장함과 특별함에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일꾼이 소를 다그쳐 바퀴를 돌리게 하자 여러 바퀴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며 줄을 말아 올리기 시작했다.
그 편리함이 사람의 손으로 하는 것에 비견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날 저녁 훌륭한 사람을 얻었다며 누각의 직원들은 모두들 크게 기뻐하였고, 거하게 취하여 밤이 지나고 동이 틀 때까지 춤추며 노래하였다. 하루하루 누각이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듯하고, 누가 나의 뺨을 때린데도 웃음이 나올 것 같다.
손님들에게 건네는 남녀 일꾼들의 모습에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서로가 손발이 안 맞아 다툼도 있고 얼굴을 붉힐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손발이 되어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아간다. 누각의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쓰레기도 줍고, 뭔가 더 필요한 게 없을까? 누각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은 또 없을까? 하는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데 한 일꾼이 헐레벌떡 객실 안내실 쪽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