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갈해리 Jan 08. 2022

빛과 그림자 사이

빛과 그림자 사이에 존재하는 것

  빛과 그림자 사이에 들어가 보면 새로운 걸 볼 수가 있지 길고양이가 지나가다가 "너는 이름이 뭐니?"라고 물어온다거나 날아가는 새가 전봇대 위에 앉아서 "너는 파란 나라를 보았니?"라고 내게 가는 길을 묻는다거나 바닥에 떨어진 플라스틱 컵에 다리가 달려 전봇대를 기어오른다거나 담배꽁초에서 끼익 하는 기이한 비명이 들려온다거나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는 많은 걸 들을 수가 있지 저 높은 하늘에 휘영청 떠 있는 태양이 입을 벌려 구름을 빨아들이는 소리를 내 외투 안에서 잠들어 있는 죽은 자들의 영혼이 깨어나 나에게 속삭이는 소리를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갈대들의 메아리 소리를 내 안의 소리들은 언제나 내 안에서 가장 크게 소리 낼 수가 있지 내 안의 소리들을 그림자라고 한다면 내 밖의 소리들은 빛일까 아니, 그건 빛도 그림자도 아니야 그건 그냥 소리일 뿐이고 내 안의 소리들에 귀를 기울여 보자 고양이도 새도 플라스틱 컵도 담배꽁초도 볼 수 없는 내 안의 소리를 바라보자 그것은 빛이다 그것은 말한다 "오늘도 행하라."

이전 16화 잠과 죽음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