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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해리 Apr 01. 2023

충분히 슬퍼할 것 / PRAY FOR ITAEWON

<따뜻한 편지 2338호>를 읽고

어릴 때 물가에서 헤엄을 치다가 순간 당황하는 바람에 물속에서 허우적거렸던 적이 있다. 다행히 뒤에서 따라오던 엄마가 바로 나를 건져 올렸다.


엄마는 항상 등 뒤에서 나를 지켜봐 주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서툴러도 자신 있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돌아보면 엄마가 있어서 든든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내 세상에서 엄마가 사라졌다.


뒤를 돌아봐도 엄마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편지 2338호

엄마의 장례식을 마친 다음 날, 까치 소리에 눈을 떴다. 하늘이 맑다. 창밖으로 웃음소리가 들린다. 평화롭다. 모든 게 그대로인데 엄마만 없다.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웃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내 상처가 제일 커 보였다. 별것 아닌 일로 징징거리는 사람을 보면 이해할 수 없었으며 때로는 우습기도 했다. 그렇게 가시를 잔뜩 세운 채 흘러갔다.


주변에 힘내라는 말이 크게 위로가 되지 않았고, 슬픔을 극복하려고 계속 노력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엄마를 떠올리는 게 괴로우면서도 엄마와의 시간들을 잊어버릴까 봐 두려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가 애써 잊으려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충분히 슬퍼하고,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갔다.


충분히 슬퍼하고 나니, 비로소 내 상처와 마주할 수 있었다. 한때는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그늘 없이 자란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그런 사람은 특유의 밝음과 긍정이 보인다. 하지만 내가 걸어온 길 역시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 준 나만의 길이다.


내 상처를 마주하고 나니 타인의 슬픔도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상처의 크고 작음은 없으며 모든 상처는 다 아프다. 바닷가의 깨진 유리 조각이 오랜 시간 동안 파도에 마모되어 둥글둥글한 바다 유리가 되는 것처럼 나도 조금씩 둥글어지고 있다.


예전엔 하루하루가 그냥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세상에 무엇 하나 당연한 건 없으며 사소한 순간조차도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이제 현재를 살 것이다. 떠나간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해서 살자. 내 옆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자. 지금, 이 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이니까.


- 하리, '충분히 슬퍼할 것' 중에서 -


*출처 : 따뜻한 편지 2338호


따뜻한 편지 2338호 <충분히 슬퍼할 것> 편 잘 읽었습니다. 충분히 슬퍼하고,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감으로써 비로소 내 상처와 마주할 수 있게 되고, 타인의 슬픔도 눈에 들어오게 되었군요. 그러면서 세상에 무엇 하나 당연한 건 없으며 사소한 순간조차도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군요. 누군가가 떠나갔을 때, 우리는 충분히 애도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현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기나 봅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여러분,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뒷골목에 할로윈 축제를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으로 기록되었는데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사건 중에서는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의 뒤를 이어 3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희생된 사건인데요.


사고 전날인 10월 28일 금요일 저녁에도 이태원 뒷골목에는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사고 구간에서 정체가 길어지면서 일부 사람들이 앞사람을 밀치고 이동해 사람들 간의 언성이 높아졌고, 몇몇은 인파에 떠밀려 넘어지기도 하는가 하면 사람들 사이에 시비가 붙어 싸움이 벌어지는 등 위험한 모습이 있었다는 언론 보도뿐만 아니라, 목격담, 영상, 사진이 인터상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사고 당일인 10월 29일 오후부터 통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 방향으로 끊임없이 밀려오는 인파로 현장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감지했습니다. 사고 발생 3시간 40분 전인 1834분에 압사 언급을 하면서 최초 신고가 접수되었고, 사고 발생 직전까지 112 신고가 경찰이 공개한 것만 11건이 들어왔습니다. 신고 내용은 모두 압사 사고 우려였는데 경찰이 사건을 종결시켜 버렸다고 합니다. 심지어, 관할 경찰서인 용산경찰서 이태원 파출소가 사고 지점 바로 건너편에 있었는데, 결국에 대참사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이후, 사고 발생 후부터 수습 전까지 이태원역 일대를 지나는 시내버스가 이태원역을 우회하여 운행했고, 서울시에서는 인파를 분산시키기 위해 새벽 3시 50분부터 녹사평역~서울역 간 셔틀버스 2대를 운행, 서울 지하철 6호선은 심야 임시편 운행 및 새벽 5시에 조기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또,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도와 강원도 소속 구급차들도 사고 현장에 동원되었습니다. 119 구급차 경기 50대, 인천 10대, 충남 10대, 충북 10대, 강원 10대, 서울 52대가 사고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소방당국의 요청에 따라 사설 구급차와 병원, 보건소 구급차도 동원되었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사상자들은 40~50여 개의 병원에 이송되었고, 사망자의 경우 수도권의 타 장례식장 등에 분산 이송되었습니다. 사고 현장과 가까운 한남동 소재로 사상자가 가장 많이 이송된 순천향대학교 부속 서울병원의 경우, 영안실조차 가득 차서 다른 곳으로 사망자들을 이송했다고 합니다. 또, 사고 현장에서 전화 및 데이터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으나, 새벽 2시 33분을 기준으로 다시 정상화되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구급차가 지나갈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부르는 영상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태원에 간 사람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거기에 할로윈이라는 서양에서 기원한 축제 자체에 대한 혐오적 반응과 함께 사람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장소에 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등 축제 참가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들이 인터넷에 퍼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태원에 간 인원 대부분이 10대~30대의 MZ세대였다는 점 때문에 세대 혐오와 비하로 번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반응을 지적하면서 해당 세대의 사람들이 행동거지가 모자라다고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들 또한 기사에 실렸습니다. 사실 MZ세대가 다수였던 것과 별개로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에 맞는 첫 할로윈 행사인 만큼 MZ세대가 아니어도 대면 행사에 몰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였습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할로윈 관련으로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 예정이었던 행사들은 거의 대부분 중지되거나 연기되었고, 10월 31일부터 서울시 모든 자치구에서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합동분향소는 11월 5일까지 운영되었습니다. 또한, 합동분향소와 별개로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시민들의 추모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시민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후에 리본과 똑같은 모양을 가진 검은 리본을 사용해 애도했는데요. 세월호의 노란 리본이 여러 실종자들의 생환을 기원하고 추모하는 것을 의미했다면, 이 검은 리본은 이태원 압사 사고에만 한정해서 추모하기보다 오히려 장례식장에서 추모의 의미로 검은 리본을 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따뜻한 편지와 관련해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알아본 이유는 어떤 것을 막론하고 사람의 목숨이 희생되었다면, 충분히 애도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에서 노란 리본으로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추모한 것과 같이 이태원에서 희생된 사망자들의 죽음 또한 슬퍼하고 함께 아파해야 합니다. MZ세대니 하는 세대 갈등, 정치적 입김과는 상관없이 이 비참한 사건에 휘말려 죽어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마음을 공감해야 합니다. 그렇게 충분히 애도를 하고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충분한 조치를 취한 후에야 우리 사회가 비로소 치유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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