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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소하일기 03화

시간 약속을 소중히

2025년 1월 8일 수요일

by 제갈해리
시간 약속을 소중히

나는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습관이 있다. 보통 약속 시간을 잡으면 알람에 약속 시간을 기록하고, 알람이 울리면 약속 준비를 시작하지만, 나는 능그적거리는 버릇 때문에 약속 시간이 거의 임박해서야 외출 준비를 시작한다. 예를 들면, 한 친구와 점심 약속을 했는데, 점심시간 30분이나 지나서야 약속 장소에 도착한 적도 있었다. 그때 친구는 매우 불쾌해하면서 화를 냈는데, 나는 미안한 마음에 친구에게 밥을 샀다. 약속 시간을 잘 지켰더라면 친구가 불쾌해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고, 미안한 마음에 밥을 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서 이해해주려 하는 경우와 반대로 내 위치를 계속 확인하며 닦달하는 경우로 나뉜다. 전자는 상당히 배려심이 많고 참을성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후자는 원리 원칙적이면서도 스스로 피해를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전자든, 후자든 나와 인간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 사회에서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은 타인에게 신뢰받지 못한다. 현대 사회에서 시간은 금처럼 귀한 보물이자, 인류가 영위할 수 있는 자산의 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을 돈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의 시간을 활용해 실제로 높은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도 많다.


이토록 중요한 시간. 나는 언제부터 이 시간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살아왔을까. 그것은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학교 등교 시간마다 밥 먹듯이 지각을 했고, 나는 담임 선생님들에게 블랙리스트 대상이 되었다. 지각하는 나를 회초리로 때려도 보고, 타일러도 보고, 훈계도 해 보았지만, 좀처럼 지각하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매일 밤늦게까지 컴퓨터로 게임을 했고, 늦게 잔 덕분에 아침에 잠이 부족해 늦잠을 자기 일쑤였다. 당시 우리 집은 학교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살고 있었는데, 나는 가까이 살고 있었음에도 지각을 면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답답해하셨던 한 담임 선생님이 가정통신문에 따로 우리 부모님께 자녀의 지각 습관에 대한 지도 편달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기까지 했을까.


성인이 되어서도 별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지각 습관은 시간 약속 불이행이라는 더 크고 나쁜 습관으로 스케일이 좀 더 커져버렸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일자리 면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번번이 지각을 해서 인사 담당자로부터 채용 불합격이라는 통보를 받아야 했다. 어찌어찌해서 간신히 들어간 직장에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왜냐하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근무 태도는 매우 중요한 것이고, 그중에서도 출퇴근 시간 엄수는 필수였는데, 나는 현 직장에서도 가끔씩 지각을 하고 있다. 다행히 사장님께서 눈 감아주시고 계시기는 하지만, 매번 지각할 때마다 언짢게 여기시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계속 누적되어 나를 떠나간 인간관계와 일자리만 해도 수백 아니, 수천 건에 이른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 삼십 대 중반이 된 지금의 나는 이 습관을 어떻게든 고치지 않으면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없고, 내 인생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렇게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각심을 가지고 실천한다면 나는 나쁜 습관을 없애고 새로운 습관을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어떻게 하면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나쁜 습관을 없앨 수 있을까. 매번 나로 인해 피해를 보았을 사람들과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그들이 나를 떠나가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본다면 절대로 다시는 그 나쁜 습관을 다시는 저지르지 못할 것이다. 약속 시간 전에 늦장을 부리지 않고 미리 준비를 해서 약속 시간 10분 전에는 도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래야 상대방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게 되고, 나 자신과의 약속에서도 떳떳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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