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6일 화요일
글에서 손을 뗀 지도 어느덧 두 달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그럴 때 마침 심경의 변화가 있어 마음의 다독거림이 필요할 때, 나는 가끔씩 일에서 손을 놓고 펜을 잡는 것 같다. 나는 정말 게으르게도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닐까 싶기는 한데, 어떻게 하겠는가. 일상에도, 마음에도 글을 쓸 만한 여유가 없는 것을. 이것도 생각해 보면 결국 핑곗거리겠지만, 나는 지금 하루도 쉬지 못하고 편의점 일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반쯤은 글을 쓰지 못하는 타당한 이유를 둘러댈 수는 있을 것 같다.
글을 쓰지 않은 두 달 반 동안 어느 정도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 8월 들어 새롭게 두 곳의 편의점 매장에서 일하게 되었고, 올해 4월에 결혼했던 여동생이 8월 중순에 딸아이를 출산했다. 일은 하루도 온전히 풀(full)로 쉬지 못할 정도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졌지만, 빚을 갚는 데 조금의 도움이 될 뿐, 저축 면에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여태까지 일정량의 빚을 꾸준히 갚아나가는 데 의의를 두고 소액의 저축이라도 들고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 편, 식구가 한 명이 더 생겨 마음은 한참 기쁘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외삼촌'이라고 하는 이름의 무게가 내 어깨를 짓눌렀다. 결혼을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아마 동성애자인 내가 결혼할 일은 없겠지만) 나에게 있어 친자식의 대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외조카의 탄생은 소중함과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조막만 한 아기의 얼굴 안에 들어가 있는 눈코입과 작은 손발이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그런 여유와 능력만 있다면 설사 아기에게 별과 달이라도 따 주지 못할까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많은 빚을 지고 있기에 여동생의 가족에게 크게 해 줄 만한 선물이 거의 없어 미안할 따름이다. 역시 37살의 나이가 주는 압박과 부담은 커져만 가고, 마흔에는 일에서의 안정이나 성과를 식구들에게 보여야 할 것만 같은데, 과연 내가 이 빚들을 마흔이 되기 전에 청산할 수 있을까 싶다. 그래도 열심히 돈을 벌고, 허리띠를 졸라매어 씀씀이를 줄이다 보면 빚을 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예전같이 유흥을 빠져 돈을 탕진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외삼촌이라는 사람이 여전히 유흥을 빠져 흥청망청 폐인처럼 지낸다고 하면 조카가 커서 삼촌을 뭐라고 여길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친자식처럼 여기는 조카에게 좋은 삼촌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조카가 나를 싫어하거나 꺼리게 된다면 정말 속상하고 힘들 것만 같다. 조카에게 좋은 사람,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조카와 나는 우연히도 같은 뱀띠(36살 차이, 띠가 세 번 돈다)다. 나는 황색 뱀띠고, 조카는 푸른색의 뱀띠다. 뭔가 같은 뱀띠라서 동질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벌써부터 조카가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 커서 나를 많이 좋아해 주었으면 마음도 있다. 조카에게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앞으로 조카를 어떻게 대하고 행동하는지에 따라 달려 있겠지만 말이다.
부디 좋은 삼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