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6일 금요일
지난주 목요일, 나는 근무를 끝마치고, 근무지인 편의점 근처의 시장에 들러 아버지, 엄마와 함께 나눠 먹을 치킨 다리를 샀다. 치킨 다리는 11개에 14,000원이었는데, 이미 초벌된 상태로,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할머니 사장님께서 다시 한번 따뜻하게 튀겨 주셨다. 튀기는 시간 5~10분 정도 기다린 끝에 나는 사장님이 싸주시는 치킨 다리 봉지를 받았다. 그리고 인사를 드리고, 시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를 막 타고 나서야 내가 치킨값을 내지 않은 걸 알아차렸다. 나는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버스는 이미 집에 거의 도착해가고 있었다. 나는 할 수 없이 집에 도착해 치킨 봉지를 주방 식탁에 두고, 아버지가 퇴근해 집에 오시길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셨고, 아버지가 욕실에서 씻고 나오시자, 식탁에 놓은 봉지에서 치킨 다리를 꺼내 접시에 담았다.
"아버지랑 먹으려고 시장에서 사 왔어요."
"그래. 먹자."
아버지와 나는 식탁에 마주 앉아 치킨 다리를 뜯어먹었다.
"그런데 시장에서 치킨 사면서 돈을 안 내고 왔지 뭐예요."
"그러면 다음에 시장 갈 때 돈 드리면 되겠네."
"그럼 그렇게 할까요?"
11개의 다리 조각 중 아버지와 나는 4개씩 먹고, 남은 3개의 다리를 엄마를 위해 남겨두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 편의점 일이 끝나고, 시장에 다시 찾아간 나는 통닭집으로 가서 나이 드신 여사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제가 저번에 치킨 다리 사갔는데, 돈을 안 냈더라구요. 죄송해요."
"아, 그 삼촌이구만. 삼촌 가고 나서 나도 돈 안 받은 게 생각이 나더라구."
"죄송합니다. 여기 계산할게요."
"잊지 않고 다시 와줘서 고마워..."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그래야죠. 저도 감사합니다."
치킨값 14,000원을 카드로 결제하고, 사장님께 꾸벅 인사를 드리고, 나는 가게를 나섰다. 사장님의 웃으시는 모습이 기억 속에 아른거렸다. 잊지 않고 와줘서 고마워...
비록 치킨값을 까먹고, 다시 찾아가 돈을 지불하기는 했지만, 아직 사람 살아가는 인심은 살아 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졌다고 해도 서로 잊지 않고 할 도리를 다하고,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이 있기에 세상 살 맛이 난다. 아직 세상은 환하고,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