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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사장님 VS 너그러운 사장님

2025년 9월 25일 목요일

by 제갈해리

나는 편의점 세 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편의점마다 점주님만의 스타일이 각각 다르다. 월화수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까지 일하는 편의점은, 20대 후반 여자 분이 점주님이신데, 그다지 시키는 일도 별로 없고, 터치하는 것도 그닥 없어서 일하기가 편하다. 게다가 추가로 일한 시간까지 월급에 넣어주기도 해서 그 분 밑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기까지 하다. 오히려 내가 일을 찾아서 더 할 정도인데, 일을 더 하면 그것대로 고마워 하신다. 정말 좋은 사장님이다.


반면, 목금 오후 1시 반부터 6시 반까지 일하는 편의점은, 중년 여자 점주님이 어찌나 일을 많이 시키는지 물류뿐만이 아니라, 유통기한 검수, 담배 재고 검수, 쓰레기봉투 재고 검수, 온통 검수 투성이다. 뭔 검수를 그리도 시키는지 지긋지긋할 정도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자기 식대로 일하지 않으면 점주님은 전화를 해서 자기 뜻대로 직원이 움직여야 직성이 풀린다. 마감 근무자는 사장님 명령대로 일하지 않았다고 일하는 날도 아닌 날에 불려 갔단다. 정말 대단한 사장님이다.


세 번째 편의점은, 오랫동안(5년 가까이) 일하던 편의점인데, 중년 남자 점주님이 참 너그러우신 분이다. 내가 많이 늦게 지각을 하거나 일을 다 못 끝내놔도 항상 봐주곤 하셨는데, 이제는 너무나 죄송스러워서 더 이상 지각하지 않고, 업무도 최대한 끝내놓는 편이다. 그만큼 점주님은 직원들 편의를 봐주려고 노력하시는데, 한번은 내가 장 트러블로 대변 실수를 했을 때, 자신의 바지를 가져오셔서 급한 불을 꺼주셨다. 그 정도로 인덕을 갖추신 훌륭한 성격의 소유자이시다. 나도 나중에 점주가 되면 이런 점주가 되어야지, 하고 다짐하곤 한다.


세 편의점의 점주님들은 각각 스타일이 다르고, 일하기 편한 곳, 일하기 힘든 곳, 훌륭한 점주님이 계신 곳으로 나뉘지만, 일단, 막상 일해보면 그래도 할 만 하다. 할 만 하니까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일해봐야 알겠지만, 장점만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고, 단점만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다. 꾸준히 일하다 보면 점포에 완전히 적응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최대한 일을 열심히 해 보자. 파이팅, 제갈해리!


깐깐한 사장님 VS 너그러운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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