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8일 일요일
우리집에는 쿠키와 버터가 산다. 쿠키와 버터는 바로, 우리집 댕댕이들인데, 쿠키는 9살 수컷 푸들이고, 버터는 4살 암컷 포메라니안과 진돗개 믹스견이다.
쿠키는 2016년에 엄마가 친척집에 가셔서 분양받은 강아지인데, 이제 어느 덧 9년이 되어 중년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잘 뛰어다니고, 말썽도 피우지만, 예전에 비해 약해지고, 힘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쿠키와 관련해 시를 쓴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오늘은 엄마가 되어야지
쿠키는 아버지에게 자주 구박을 받는데, 음식물을 뒤져 먹거나 똥오줌을 제대로 못 가리면 혼이 났다. 아버지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쿠키를 때리시는데, 아무리 말려도 말씀을 안 들으신다. (개는 훈육을 시켜야 한다나...) 아무튼 쿠키는 그렇게 구박을 받는데도 성격이 좋은 건지 사람이 다가오면 꼬리를 흔들면서 반긴다. 산책을 나갈 때면, 정신 없이 킁킁 냄새를 맡으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사람이나 강아지가 나타나면 그쪽으로 갈려고 무진장 힘을 쓴다. 그 통에 목줄을 세게 잡고 있어야만 쿠키에게 끌려가지 않을 수 있었다.
한편, 버터는 3년 전, 동생이 임시보호해 맡은 유기견인데, 이제는 우리집에서 키우고, 동생보다 우리가 더 버터를 좋아한다. 버터는 여우같이 생겨서 하는 짓도 참 새침떼기 같다. 사람을 무서워 해 계속 피해 다니는데, 그게 안쓰러워 보이다가도 계속 피하니까 원래 그런 성격인가 보다 하고 놔둔다. 그래도 먹을 걸 주거나 엄마가 부르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가까이 다가오기는 한다. 아주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지만...
한때, 산책시키다가 버터를 놓쳐 한참동안 동네 곳곳을 찾아다니고, '강아지를 찾습니다.'라는 벽보도 붙이고, 전문가에게도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는데, 결국 전문가의 도움으로 버터를 생포(?)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이중으로 목줄을 착용해 절대 도망가지 못하도록 미리 준비하고, 산책을 나선다. 버터의 산책은 아버지가 꼭 맡아서 하시는데, 아버지가 버터만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그렇다.
아버지는 버터를 정말 끔찍이도 좋아하신다. 버터가 새침떼기같이 행동해서 그런 건지, 생긴 게 진돗개 같아서 그런 건지, 가출했다가 되찾아 그런 건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간식이나 사료를 줄 때마다 쿠키는 안 챙기시지만, 꼭 버터에게는 먹을 것을 주신다. 가끔 과일을 먹다가도 먹던 과일을 작게 잘라서 버터에게 주신다. 쿠키 입장에서는 자기도 먹고 싶을 텐데, 아빠가 버터만 챙기시니, 서운할 것 같다. 그런데 쿠키는 배알도 없는지 자기도 먹고 싶다고 꼬리를 흔들면서 달려든다.
버터가 아빠한테 편애를 받는데, 쿠키와 버터의 사이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버터가 쿠키를 잘 따른다. 버터는 쿠키가 있는 곳 주변을 서성거리고, 쿠키가 자리를 옮기면 졸졸 따라간다. 강아지들이 서로 싸운 걸 거의 본 적 없다. 나도 모르는 강아지들만의 끈끈한 정이란 게 있는 걸까.
쿠키와 버터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 엄마다. 그 다음은 내 여동생, 그 다음은 아빠, 마지막이 나다. 내가 제일 서열이 낮은 이유는, 다른 가족들이 부르면 바로 달려가는데, 내가 부르면 듣는 둥 마는 둥 강아지들이 전혀 신경도 안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고, 나만 있을 때는 내 침대에 올라와 함께 잠을 잔다. 쿠키는 침대 위에서, 버터는 침대 아래서.
쿠키와 버터가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 하면 좋겠지만, 이미 쿠키는 중년에 이르렀고, 버터도 성견이 되어 헤어지는 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불과 4, 5년 뒤면 쿠키와 헤어지게 될지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귀엽게 꼬리를 치며 품 안에서 재롱을 부리던 게 어제 같은데, 헤어질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다.
그래도 그때까지 강아지들과의 추억을 많이 만들어 두어야겠다. 산책도 자주 시켜주고, 맛있는 간식도 주고, 자주 놀아주어야겠다.
사랑하는 쿠키와 버터, 오래도록 우리 가족과 함께 해줘. 쿠키, 버터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