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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돌이 제갈해리의 편의점 적응기

2025년 9월 29일 월요일

by 제갈해리

오늘은 편의점 두 군데에서 일하는 날이다. 월화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남산도서관 근처의 편의점에서 일하고,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양천구 신정동의 편의점에서 일한다. 두 편의점은 상호는 GS25와 CU로 각기 다르지만, 업무는 얼추 비슷해서 일하는 것이 금방 익숙해졌다.


GS25 편의점은,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냉동, 냉장 신선식품 물류가 들어온다. 가끔 아이스크림 박스가 3, 4개나 들어와 아이스크림을 진열하는 데 애를 먹을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양의 물류들이 들어온다. 이 편의점은 간편식이 많이 들어오는데, 삼각김밥,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디저트 냉장 빵 등의 간편식들이 3, 40개씩 들어온다. 그래서 쇼케이스에 진열하고 나면 어느덧 30분이 지나 있다.

GS25는 매장 규모는 작은데, 손님이 꽤 많은 편이다. 시간에 상관없이 손님이 빈번하게 드나든다. 내 시간은 점심 시간대라서 주로, 간편식이나 음료를 사러 오는 손님들이 대다수다. 술 사러 오는 손님들이 가끔 있지만, 대개 막걸리나 저가 맥주를 사가시는 손님들뿐이다. 막걸리 얘기를 하니까, 막걸리가 입고되는 것도 얘기를 해야 하겠다. 막걸리는 25개나 30개 정도가 들어오는데, 냉장고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와 상자 채로 워크인에 보관해 둔다.


물류 정리를 끝내고, 손님이 없을 때면 나는 편의점 옆 골목으로 가 담배를 피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초담배를 태웠는데, 독한 냄새가 너무나 나고, 몸에도 안 좋은 것 같아 액상 전자담배로 바꿨다. 액상 전자담배는 목에 느껴지는 타격감은 없지만, 나름 적응해 보니, 담배맛이나 박하맛, 과일맛 등 다양한 맛이 있어서 피울 만한 것 같다.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는 CU 편의점은, 금토 야간에도 일하는 곳으로, 주 32시간(사장님이 주말에 늦게 나오셔서 실제로는 42시간 정도 일한다) 일하는, 내 월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직장이다.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이 편의점은,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고, 주변에 공공시설과 신정역이 있어 자리가 아주 좋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매출도 꽤 나오는 편이고, 손님도 많은 편이다. 주말에는 일 매출이 250만 원까지도 나오기도 한다. 매출이 나오는 만큼 주말에는 손님들로 북적일 때가 많다. 손님 응대하는 게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나는 평소 친절하다고 손님들이 많이 칭찬하셔서 사장님께 친절함만큼은 인정받고 있다.


주말에 일을 다 끝내지 못하면 월화에 원래 출근시간보다 한, 두 시간씩 일찍 나와 일을 마무리하는데, 오늘은 먼지 털기와 유통기한 검수를 했다. 먼지 털기는 진열대의 먼지를 터는 것인데, 먼지를 털면서 진열대를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 손님이 물건을 사 가서 진열대 앞이 비어 있으면 앞쪽으로 물건을 당겨놓아야 한다. 그렇게 먼지를 털고 나면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가 흘러가 있다.

오늘 유통기한 검수는 11월 30일까지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라면류는 지난주에 끝냈고, 이번에는 안주류와 식료품류, 사료류를 해야 한다. 보통 안주류에서 예상치 못한 유통기한 임박 상품들이 나오기 때문에 안주류 코너는 꼼꼼하게 봐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안주류 코너에서 9월 자 유통기한 만료상품인 육포가 나왔다. 2개월 전에 유통기한 검수할 때 찾아냈어야 하는 상품이었다. 나는 사장님께 찾아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사장님은 괜찮다며 앞으로 꼼꼼하게 봐달라고 요청하셨다. 그 뒤로, 식료품과 사료류에서는 다행히 만료상품이 나오지 않았다.


먼지 털기와 유통기한을 마치고 나서 피우는 담배 맛은 꿀맛 같았다. 스트레스가 한 번에 날아가는 것 같았다. 신정동 매장은 직원이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해 그리 터치하지 않으셔서 자유시간에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장님조차도 담배를 태우시기 때문에, 우리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악덕 점주 같으면 이것저것 트집을 잡아대며 담배 피우지 마라, 화장실 가지 마라 등으로 직원들을 괴롭혔을 텐데, 이곳의 사장님은 천사표다. 전생에 마하트마 간디나 부처였다가 이번 생에 환생하신 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다.


밤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에는 냉장 물류가 들어온다. 10시까지 근무인데, 물류가 참 애매하게 온다. 그래서 10시 넘어서까지 물류를 하다가 다음 교대 근무자가 오면 함께 물류를 정리한다. 요즘에는 꼬북이가 사장님이 퇴근하시면 매장에 와 나를 도와준다. 꼬북이 덕분에 물류나 계산을 놓고(완전히 쉬는 건 아니다. 담배 필 정도의 시간만 쉬고, 나머지는 물류와 계산을 한다), 잠시 쉴 수 있었다.


이렇게 편의점 두 군데에서 일하면서 차차 일에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나중에 내 점포를 차릴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가고 있다. 이 두 곳에서 언제까지 일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2, 3년은 꾸준히 일해서 돈을 모아 나가고 싶다. 내일도 힘을 내서 열일해 보자! 제갈해리, 파이팅!!!


편돌이 제갈해리의 편의점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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