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의 문을 열다

2025년 10월 1일 수요일

by 제갈해리

드디어 가을의 문을 여는 10월의 첫날이다. 올해 여름에는 무더위와 장마가 번갈아 가면서 한반도를 괴롭혀댔는데, 어느덧 가을이 찾아와 선선하고 청명한 공기가 코 끝을 살살 간지럽힌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라 그런지 감기 환자들이 급증하기도 했는데, 나는 오히려 시원한 공기에 코가 뻥 뚫렸다.


시원한 선선한 날씨가 계속되는 것은 기쁘고 반가운 일이다. 반팔에서 긴 팔로 넘어가는 간절기에 들어서니, 마음껏 자신의 스타일대로 자유롭게 옷을 골라입기도 좋다. 옷을 차려입고 나들이도 나갈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산책을 거닐어 보기도 좋고, 산행을 가 보는 것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이처럼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봄과 가을을 좋아하나 보다.


그렇지만, 봄과 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한 달 내지는 한 달 반이면 바로 여름과 겨울로 넘어가 버리니, 봄과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겨를도 없다. 봄에는 꽃이 펴서, 가을에는 단풍이 들어서 시시각각 나무들이 채색이 드는 것을 감상할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여유로운 감상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


지구가 갈수록 더워지고 있으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구 곳곳이 생채기가 나서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인간은 자연을 더 개발하고, 이용하지 못해서 안달이다. 물론, 인간이 만들어낸 인재(人災)이기는 해 인간이 자초한 문제라고는 하지만, 인간이 도리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기도 하다. 40도에 육박하는 여름의 폭염과 점점 높아져만 가는 해수면, 그리고 이제는 한반도의 지면까지 흔들어대는 지진까지... 이런 자연 재해가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인간의 멸종이 코 앞으로 다가온 것일까. 지구를 함부로 대한 대가를 신으로부터 받고 있는 것일까.


어쨌든 가을의 문을 여는 10월에 다다라 아름다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자연에 대한 감흥을 담은 시를 써 보아도 좋고,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어봐도 좋고, 뉴에이지나 클래식, 재즈 같은 음악을 차 한 잔 마시며 들어봐도 좋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데리고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나서 보는 것도 좋고, 땀이 흠뻑 날 정도로 강가를 조깅해 보는 것도 좋고, 차를 몰고 시원하게 도로를 드라이브해 보는 것도 좋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의 아름다운 자연을 오감으로 느껴보자.


노래 한 곡을 들어보며,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자.


잔나비, 가을밤에 든 생각


가을의 문을 열다



keyword
이전 17화9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