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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일하기 싫은 날

2025년 10월 2일 목요일

by 제갈해리

오늘처럼 일하기 싫은 날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남들은 내일부터 10월 9일까지 황금연휴라서 여행도 가고, 나들이도 가는데, 나는 추석연휴에도 일을 나가야 한다. 편의점 알바의 특성상 연휴에 쉬는 게 말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오늘은 볼 일이 있어 아침 일찍 일어났어야 하는데, 아침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드는 바람에 볼 일을 못 보게 되었다. 게다가 출근이 오후 1시 반까지였는데, 1시에 일어나 부랴부랴 준비해 도착하니, 1시 45분이었다. 젠장할, 지각이네. 좆됐다.


지각해서 오전 근무자 분에게 깨질 것을 걱정하며 늦을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지만, 오전 근무자 분에게서 의외의 문자가 왔다. 저 그만뒀어요. 수고하고, 잘 지내세요.


매장에 도착해 보니, 사장님이 매장에 나와 계셨다. 사장님은 내가 늦은 것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오로지 오전 근무자가 매너 없이 갑작스럽게 그만둔 것에 대해 화가 나 계셨다. 사장님은 (물류가 이미 도착해 있어) 물류를 해야 하는 나를 붙잡고, 1시간 동안 하소연을 하셨다. 그동안 많이 봐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돌아오는 게 이런 무례한 행동이었다면서.


오후 3시쯤 사장님이 가시고 난 다음에 나는 몸이 좋지 않아 1시간 동안 엎드려 있었다. 물론, 손님이 오시면 손님 계산은 했지만, 물류가 정말 하기가 싫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정말 싫었다. 그렇지만, 시간은 점점 흘러 오후 5시가 다 되어 갔고, 나는 그제야 물류를 시작했다. 무거운 소주 박스와 음료들을 워크인에 진열하고 나서 스낵류와 공산품을 진열했다. 물류를 모두 끝내고 나니, 오후 5시 40분이 되어 있었다. 퇴근까지 1시간도 안 남은 것이었다.


나는 사장님께 물류 내역 사진을 찍어 보내고, 오늘 유통기한과 담배 재고 검수를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사장님이 퇴근하시면서 내게 전달하신, 창고에 있는 담배 보루들을 담배 진열장에 다시 진열하는 것을 못 해서 죄송하다고도 말씀드렸다.


저녁 6시 25분쯤 되자, 다음 근무자가 출근했고, 그 친구가 시재점검을 다 했을 때,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무리 아파도 담배 진열장에 진열하는 것은 하고 가야 한다고 하시면서. 나는 사장님께 알겠다 대답하고, 창고에 있는, 담배 보루가 든 담배 상자를 하나씩 옮겨 담배 진열장에 진열하기 시작했다. 담배 종류별로 가지런하게 다 진열하고 나서 다음 근무자에게 인사하고, 퇴근했다.


집으로 돌아와 허겁지겁 저녁 식사를 하고, 자리에 눕기 전에 이렇게 일기를 쓴다. 오늘 정말 귀찮고, 짜증나고, 힘든 날이었다. 좀 푹 쉬고 싶다. 쉬고 나서 컨디션을 회복시켜 내일은 제대로 일을 해야겠다. 오늘처럼 내일도 일하기 싫은 날, 일처리가 엉망진창인 날로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까.


엉망진창, 일하기 싫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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