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대한 감상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무심코 전갱이를 굽다가
너에게 못다 한 말을 혼자 중얼거린다
그토록 사려 깊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지
내가 만든 계란말이와 전갱이를
넌 참 맛있게 먹어주었어
일어서서 너의 얼굴을
바로 볼 수는 없었지만
나는 너의 심장을 가졌지
너의 심장은 티 없이 맑았어
나는 너의 전부를 가졌던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어
호랑이도, 물고기들도
너라는 심해 속에서
뒤엉켜 섞이고 말아
너를 안을 때면
알바트로스의 날개에 올라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가는 것만 같아
그러나
내가 일어설 수 없듯
너의 얼굴을 바로 볼 수 없듯
우리의 거리도 머나먼 별세계처럼
닿을 수 없고만 말아
닿을 수 없는
너와,
나와의 거리
100cm
너는 그 애를 감당할 수 없어
할머니의 말을
넌 이젠 알고 있겠지
심해 속에 갇힌 나와
하늘을 나는 너는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어
전갱이를 뒤척거리며
너의 얼굴을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