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 아저씨는 집이 없다
단칸방 하나 구할 수 없는 민달팽이 아저씨의 월세 살이
소라 집에 세 들어 살아보지만 이곳저곳 물 새는 통에 살 수가 없고
개미집에라도 들어가려 해도 좁디좁은 개미구멍 숨이 막혀 살 수가 없고
잎사귀 아래라도 기어 들어가 몸을 웅크려 보지만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세간살이 다 떠내려간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동네방네 동냥하는 민달팽이 아저씨
땅바닥에 엎드려 한 푼 줍시오 하고 굽실거리니 돈 없는 주제에 하고 놀리고 가버리는 배짱이
담배 한 개비만 달라고 부탁하니 도리어 뺨 때려대는 사마귀
허리 꺾이도록 그렇게 인사를 했건만 돌아오는 건 아저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는 무당벌레의 한마디
해님은 안 그래도 쫄아든 살갗 바싹바싹 타들어가게 하고
옷이라고는 맨몸뚱이 하나라 겨울바람 삭풍에 취약하고
옆집 달팽이네는 제 몸 숨길 집이라도 가지고 있건만 이 내 몸은 집 한 채 가지지 못해 항상 골골댄다
오늘도 민달팽이 아저씨는 땅바닥에 엎드려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