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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해리 Dec 17. 2021

제국의 품격

일제의 침탈과 무너져가는 조선

  우리 황제 폐하께서는 돼지우리에서 살고 있으므니다 우리는 가끔 우리 안을 살펴보면서 황제 폐하의 여물통에 음식 찌꺼기를 넣어두고 폐하가 먹는지 안 먹는지 관찰하므니다 폐하가 맛있게 여물을 먹고 나면 우리는 폐하가 싼 똥들을 치우므니다 폐하, 오늘도 기체 안녕하시므니까


  오늘은 폐하의 간택 날이므니다 우리는 돼지우리에 폐하의 마음에 들 법한 돼지들을 우리 안에 넣어두고 폐하에게 한 마리씩 보여주므니다 폐하, 어떤 돼지가 가장 마음에 드시므니까 내 여러 돼지들을 봤지만 이 돼지만큼 내 욕구를 자극하는 돼지는 처음이로구나 폐하, 이 돼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내지의 돼지 중 가장 품질 좋은 돼지로 이름을 이방자라 하므니다 그렇구나 내 이 돼지를 나의 황후로 삼겠노라 폐하, 성은이 망극하므니다


  어제는 폐하의 서거일이므니다 우리는 돌아가신 폐하의 옥체를 푸줏간으로 모시어 목살, 삼겹살, 족발 등 다양한 부위별로 토막 내 꼬챙이에 걸어두므니다 폐하의 어느 부위가 제일 맛있으므니까 내지인 중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통감께서 물어보시므니다 대신이 답하므니다 폐하의 부위 중 족발이 제일 맛있으므니다 폐하의 족발로 족장을 찍어 먹으면 그렇게 쫀득쫀득할 수가 없으므니다 폐하의 족발은 무엇이므니까 폐하의 도장이므니다


  돼지우리에 살고 있는 돼지 중에 가장 품질 좋은 돼지는 내지인이 키운 돼지이므니다 내지에서 키운 풀을 먹이고 내지인이 털을 쓸어준 최상급 돼지이므니다 이 돼지를 도살할 사람 있으므니까 아무도 대답이 없으므니다 이 돼지를 도살할 사람이 있으므니까 조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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