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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노 May 08. 2018

02 당신에게 치킨은??

 

당신에게 치킨은 무엇이었나요?

영화 ‘바람’의 한장면

“짱구 박사 니 오늘 뭐했노?”

“아빠 기다렸다”

“니 아빠 기다렸나? 통닭 기다렸나?”

“음... 아빠 기다렸다”

“진짜가?”

- 영화 ‘바람’의 대사 중...-


 선생님들에게 치킨은 어떤 의미이신가요? 아마 제 나이 또래 분들은 치킨보다는 통닭이라는 말이 더 익숙한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선배님들에게는 전기구이 통닭, 영양통닭이라는 말도 기억에 남아 있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몇 년 전 바람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학원물 영화였는데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추억의 장면은 하루 내내 아빠를 기다렸다가 통닭 한 마리를 튀겨 손에 든 채 아버지의 등에 업혀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저 역시 치킨과 함께 했던 저희 인생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KFC가 들어오기 한참 전, 미국의 켄터키라는 지역이 어디인 줄도 몰랐지만 주말마다 아버지께 켄터키치킨을 사달라고 졸랐더랬습니다. 당연히 늘 사주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뭔가 좋은 일이 있으면 아버지와 함께 손을 잡고 오거리에 있는 통닭집에 가서 켄터키후라이드 치킨을 주문했습니다. 치킨이 튀겨지는 모습을 보며 한참을 기다린 후 튀겨진 치킨을 쇼핑백과도 같은 종이봉투에 넣어서 집으로 돌아왔었습니다. 중고등학생 시절, 양념통닭이 나왔습니다. 배달도 가능해졌습니다. 토요일 저녁이면 양념통닭 한 마리를 시켜 반찬과 함께 먹으면 근사한 저녁식사가 되었습니다. 배달을 시킬 때 어머니께서는 늘 양념치킨 소스를 따로 통에 담아 달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양념 통닭을 다 먹은 후에는 따로 담은 양념 소스를 치킨이 담긴 종이 박스에 붓고는 밥을 넣어 비벼 주셨습니다.(저는 치밥 얼리어답터입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자, 이 때부터 통닭에서 명칭이 변경된 치킨은 부모님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 먹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교회에서 큰 행사가 끝나거나 선교단체에서 수련회나 훈련이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치킨을 시켜 먹었습니다. 친구 자취방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야식으로 치킨을 시켜 먹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더 지나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니 예전의 우리 부모님이 하셨던 것처럼 저도 아이들에게 치킨을 시켜주고 함께 먹고 있습니다. 정말 제 인생에서 치킨은 빼 놓을 수 없는 음식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저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치킨과 관련된 기억과 추억들이 떠오르리라 생각합니다.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07월 20일                                            



 오늘 선생님들께 소개해드릴 책은 “대한민국 치킨展”아라는 책입니다. 저자는 농촌사회와 먹거리 산업화 문제를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회학자입니다. 그는 모든 이에게 음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치킨이 한국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 책을 시작합니다.


 치킨하면 떠오르는 추억이라는 의미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저자는 추억이 어떻게 ‘현실’이 되었는지 치킨집 사장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치킨을 이야기 합니다. 소위 말하는 치킨집 사장이 되는 과정과 체인점 사잠의 어려움, 가맹점과 가맹주 사이의 갈들과 어려움에 대해 다룹니다. 치킨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음식이기에 수많은 직장인들이 회사 퇴직 후 유일한 재산이자 얼마 되지 않은 퇴직금을 들고 체인점 사업 설명회를 찾아가고 부품 꿈을 안고 치킨집을 차리는 과정에 대해 담담하게 설명합니다. 다른 외식업도 마찬가지지만 배달이 핵심인 이 치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각 치킨 브랜드들의 노력은 고스란히 동네 치킨집 사장님들에게 전가됩니다. 각종 밀어 넣기, 옵션 등을 통해 구조적으로 체인점 본사만 이익을 거두는 산업 구조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밝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평소 내가 먹는 치킨이 어떻게 우리 입에 들어오는지 그 과정을 완전히 모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음식이 아니라 만들어진 공산품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닭을 키우는 양계장부터 닭이 먹는 사료, 부산물, 치킨집의 튀김기와 튀김 기름, 튀김가루, 각종 소스 까지. 모든 것이 공장식으로 산업화되어 컨베이어밸트처럼 생산되고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치킨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동물복지의 차원에서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이 공장식 시스템의 결과는 매년 뉴스를 통해 만나는 조류독감과 살처분에 대한 소식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슬픈 현실이 존재하기에 우리가 주말마다 가족들과 함께 가격 부담 없이 치킨을 시켜먹고, 야구장에서 가볍게 치맥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 산업이 된 치킨 산업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콩을 통해 식용유를 만들고 남은 콩으로 비료를 만드는 트라이앵글을 통해, 치킨이라는 것이 식용유 산업의 발달과 함께 시작된 것이지만 이제는 치킨이 그 산업을 지탱하게 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계약농가이지만 실상은 거대 육계기업의 하청 노동자로 전락한 농가의 농민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로 책이 마무리 됩니다. 


 저자의 책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킨은 참 우리에게 이중적입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도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손쉽게 찾는 배달음식, 치킨은 어느새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되었습니다. 어느덧 부모가 된 제가 아이들과 함께 할머니 댁을 방문했을 때 저의 어머니께서 가끔씩 선택하시는 음식은 여전히 치킨입니다. 사람들과 놀러 갔을 때 밤에 살찔 것을 알면서도 야식으로 시켜 먹게 되는 음식 또한 치킨입니다. 뭔가 밤늦게 이야기를 하려면 일단 치킨을 시켜 가운데 놓고 둘러 앉아야 우리의 속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치킨을 먹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에게 치킨은 숙명이자 고통입니다. 한 때 유명했던 한국 학생들의 진로표를 보면 결국 마지막은 치킨집 사장이라는 웃픈 사실 또한 우리의 현실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금방 새로운 치킨집이 개업 했다가 어느새 사라지곤 합니다. 퇴근길에 현관문을 열라치면 늘 새로운 치킨집 전단지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자는 단지 치킨에 대한 이야기를 위해 이 책을 시작했지만 이 치킨 속에 얽힌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책을 펴자마자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책을 놓치지 않고 후루룩 단박에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치킨에 대한 이야기가 곧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치킨집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평소 경험할 수 없었던 삶의 한 면을 살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라도 별 수 있었을까?’ 등과 같은 다양한 질문들을 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사장을 해보지 않았지만 저자가 인터뷰하고 조사한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지금 제 삶을 반추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다음 달이면 벌써 방학입니다. 

 여름방학을 향해 달려가는 6월, 이 책을 읽으며 선생님들이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한 템포 쉬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의 일독을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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