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엉엉엉~”
어린 여자아이가 엄마를 뒤따라가며 울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어린아이의 앞발치에 있는 엄마도 누군가의 뒤를 따라가며 울면서 사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무서운 아저씨가 엄마의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아 가고 있구요.
이것이 제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의 엄마에 대한 기억입니다.
제 나이 4~5세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1960~1980년 사이에는 쌀도 귀하고 양조장의 이권 보호를 위해 세무서에서 밀주 단속을 했다고 합니다. 즉 집에서 술을 담가 먹지 못하도록 하고 단속에 걸리면 벌금을 부과한 것이지요.
그날 엄마는 밀주 단속에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 까만 옷을 입고 있던 아저씨가 들고 간 것이 술 항아리로 기억되거든요.
엄마는 엄청 큰일이 난 것처럼 울면서 사정하고 애원하면서 그 아저씨를 따라갔고 어린 나는 엄마가 울고 있으니 너무 겁이 나고 슬퍼서 소리 내어 울면서 엄마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그 기분을 아실까요?
그 어린 나이에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너무도 무기력하고 연약한 나는 사랑하는 엄마를 지켜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내 소중한 누군가를 지켜내려면 강한 힘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습니다.
저는 살아오는 내내 그 대상이 누구라도 내 울타리 속으로 들어오면 그들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부모님, 남편, 자식, 회사의 직원들까지... 늘 그랬습니다.
그러자니 제게는 많은 힘이 필요했습니다.
돈, 지식, 실력, 다양한 능력까지, 정말 가지고, 이루어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늘 바쁘고 늘 긴장되고 늘 성취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들로 인해 나는 엄청난 발전을 했고 많은 것들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만큼 얼마나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발버둥 쳤는지 모릅니다.
지금이야 그 모든 것들과 떨어져서 내 인생을 객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왜 그리 살고 있고 그리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늘 싸우고 있었던 기억만이 선명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날 밀주 단속으로 엄마의 인생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랬다면 제가 지금 기억하는 엄마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니까요.
단지 삶에서 놀라고 슬픈 사건 중의 하나로 흘러가는 에피소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실 우리 아버지는 경찰공무원이었고 밀주 단속이 걸렸다고 해도 아버지가 충분히 울타리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내가 유독 그 사건을 세상이 무너지는 불안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아마도 엄마의 두려움과 눈물 때문이었을 겁니다.
순박한 농촌 아낙네가 느꼈을 그 순간의 두려움, 불안, 좌절 같은 것이 어린 자식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태어난 어린아이는 늘 방긋 웃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아실까요?
아이는 절대 혼자서는 웃지 않고 아이들이 웃는 이유는 엄마를 웃게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러니 엄마의 우울한 표정과 눈물은 아이에게 엄청난 좌절과 트라우마가 됩니다.
엄마가 늘 행복한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내가 행복하면 우주가 행복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되고, 내가 행복해지면 내 주변이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더불어 그 에너지가 널리 널리 퍼져 우주까지 변하게 되구요.
그러니 나를 돌보는 일이 세상을 돌보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저도 살면서 세상일이 너무 힘들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주변 모든 관계가 다 좋지 않았습니다.
부모님, 남편, 자식, 동료 심지어 백화점의 주차요원이나 병원의 의사까지도 내가 싸워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다들 나를 이해 못 하고 힘들게 하는지 원망이 가득 했습니다.
그런데 마음공부를 하고 제가 점점 행복해지기 시작하니 세상이 친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는 그리 좋은 사람도 많고 친절한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시장에서 만나는 사장님들의 인심도 좋고, 이웃들은 모두 따듯한 마음씨를 가졌고, 외국 여행에서 만난 가이드도 모두 센스쟁이입니다.
제가 행복하니 주변이 변하고 우주가 변한 것입니다.
저로 인해 한 명이라도 행복해지는 이가 있다면 오늘 나는 세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릴 적 엄마가 다시 생각납니다. 그 눈물을 닦아 줄 수 없어 너무도 안타까웠던 나는 내 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을 만들었습니다.
그 시절 엄마가 나에게 말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괜찮아, 엄마 슬프지 않아. 엄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같이 울어줘서 고마워 우리 딸.”
그래서 저는 제 딸에게는 늘 웃음을 주려고 합니다.
엄마는 행복하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해주려고 합니다.
그럼 분명히 그 아이의 우주도 행복해질 테니까요.
오늘은 내 마음이 하는 말,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들어주려고 합니다.
“내가 행복하면 우주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