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 자신을 안다는 것

by 표나는 독서가

“너 자신을 알라.”

너무나도 유명한 말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고 알고 있듯,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새겨져 있듯,
사실 누가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를 알고 싶다는 욕망은
아마 인류의 시작과 함께 존재했을 것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비로소 ‘선택’이라는 걸 할 수 있을 테니까.

눈앞에 사과와 배가 놓여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쪽을 집게 마련이다.

그러나 ‘나를 안다’는 건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차원을 넘어선다.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쉽게 흔들리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최근 AI 관련 영상을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AI와의 대화는 나를 알아가는 또 다른 방식일지도 모른다.

챗GPT에게 질문을 던지면
그는 답을 내놓고 다시 묻는다.
그리고 나는 그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 선택의 결과로
대화의 방향이 달라진다.
결국 방향을 정하는 건 인간의 몫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있을까.

AI 시대의 질문은 곧 나에 대한 질문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답을 기대하는지를 모르고서는
어떤 기술도 제대로 다룰 수 없다.

“너 자신을 알라.”
그 문장은 더 이상 철학책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매일 AI와 대화하며
조금씩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의 끝, 나는 다시 질문한다.
“오늘의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 있었을까.”

답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다만, 그 답을 찾아가는 이 대화의 과정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