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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 Bleu Mar 10. 2019

7. 그래도 역시 시실리는 마피아!

     <두 번째 이야기: 알 파치노의 은둔처 '사보카'>


시실리 여행을 준비하면서 고전이 된 영화 '대부'를 다시 보았다.

다시 보아도 주연 배우들의 명 연기 때문인지 오래된 영화란 느낌을 받지 않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명작이라 함은 시대를 초월한다는데 한 표다.

마치 고대 그리스 유적들이 폐허나 다름없는 상태에서도 우리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볼 것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은 시실리에서 '사보카'는 시실리 까지 왔다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왜? '대부'의 알 파치노가 집안의 원수를 갚고 피신해 있던 산골 마을이라 시실리에서도 정말 시실리다운 곳이 아닐까 해서다. 영화의 성공으로 이 작은 산골 마을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니 나도 거기에 일조를 한 셈이다.


'대부'에서 알 파치노가 '바 비텔리' 주인을 만나는 장면

사보카는 인구가 2000명도 안 되는 산속 깊숙이 자리한 자그마한 마을이다. 시실리 최고의 휴양지라는 타오르미나(Taormina)에서 차로 40여분 이면 갈 수 있다.

사보카로 올라가는 산 길

산속의 마을이니 마을까지 가는 길은 말할 필요도 없이 꼬불 꼬불하고 좁은 산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는 길에 대형 트럭을 만나지 않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면 가는 길이 상상이 될까? 그러나 이런 길은 시실리에선 흔히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시실리에서 운전해본 사람들은 다 동감 할 것이다.

하고 많은 장소 중에 왜 이런 산골까지 와서 촬영을  했을까 하자 일행이 한마디 한다.

'그럼 마피아 보스 아들이 도망쳐 숨어 있는 곳인데 아무나 오기 쉬운 곳이면 되겠느냐?'고 한다. 듣고 보니 일리 있는 해석 같기도 하다.

산 니콜로 성당에서 바라본 사보카 전경

절벽까지는 아니어도 산 위의 마을인 사보카다.

12세기 노르만 민족이 이 섬을 차지했을 때는 이 마을을 방어하는 돌담을 마을 주위에 쌓았다고 한다.  이 마을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와 출입문을 통과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프랑스에도 적의 침략을 피해 절벽 위에 만들어진 마을(https://brunch.co.kr/@cielbleu/88 참조)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다른 민족의 침략을 많이, 자주 받은 지역의 생활 방식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이라 해 봤자 걸어서 30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자그마한 동네다.

그 가운데 '바 비텔리(Bar Vitelli)' 술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영화 속 알 파치노의 장인이 운영하던 술집으로 현재 사보카에선 그 어떤 건물보다 중요한 건물이며 마을의 다운타운(?)역활을 하고 있었다.

'바 비텔리'

영화 속 배경이 되었던 '바 비텔리'는 온통 대부 관련 사진과 물건으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실내에 틀어놓은 음악까지도 대부 영화 음악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속에서 알 파치노 뒤로 보였던 맥주 광고 판 'Itala Pilsen' 사인이 변함없이 아직도 그 자리에 붙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곳까지 찾아오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 싶은데 카페 주인은 편하게 사진 찍으라고 인심을 쓴다. 먼 길을 찾아온 이에게 베푸는 넉넉함이 좋다.

'바 비텔리'안의 이런 저런 모습들

술집 앞 광장(?)에는 코폴라 감독을 기리는 조형물이 마치 '여기가 대부 촬영지 맞아요.' 하듯이 우뚝 서 있다.

포시아 광장(Piazza Fossia)이라 불리는 이 곳은 영화 속에서 알 파치노와 시골 처녀 아폴로니아(Apollonia)의 첫(?) 결혼식이 치러진 성당이 바라 보이는 조그만 전망대다.

전망대의 코폴라 기념상과 뒤로 보이는 산 니콜로 성당

'바 비텔리'에서 영화 속 결혼식이 거행된 산 니콜로 성당으로 가는 길에 서는 마을의 전경을 감상할수도 있고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집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12세기에 방어용으로 지어진 마을의 성문

가는 길에 만나는 조그만 아치 형의 문이 있다. 12세기 노르만 민족들이 사보카 마을에 만들어 놓은 출입문이라고 한다. 마을을 둘러 싼 돌벽에는 마을로 들어 올 수 있는 문이 두개 있었다는데 지금은 한개만 남아 있다. 이 문의 아치는 로마시대의 아치와는 조금 모양이 다르다. 중앙이 뾰족한 이런 모양의 아치를 '오자이브 아치(Ogive arch)' 라고 한다. '오자이브'는 고딕 양식 성당에 가면 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축 기법이기도 하다.

고딕 성당 천장의 오자이브

이 문을 통과하면 산 니콜로 성당(Chiesa San Nicolo)이 보인다. 마을의 조그만 성당이다. '바 비텔리'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13세기에 지어진 아담한 성당이었다. 산 니콜로 성당까지 가는 길은 밑으로는 산 아래에서 마을까지 올라오는 길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멀리 보이는 산 들은 어깨동무하듯이 가깝고 안온하게 보이는 풍광 좋고 편안한 산책 길이었다.

마을 사람들도 보기 힘들 정도로 인적이 없는 돌담길을 영화의 장면을 생각하며 느긋이 걸어보는 꽤 괜찮은 산책길이다. 마치 내가 알 파치노 결혼식의 하객이라도 된 듯이 말이다.

산 니콜로 성당
성당 가는 길과 영화의 한 장면


시실리 사람들은 '마피아의 고향'이란 선입관을 없애려고 'No Mafia' 캠페인(https://brunch.co.kr/@cielbleu/130 참조)을 벌인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시실리 하면 많은 이들이 마피아를 먼저 떠 올리는게 현실이다.

'마피아(Mafia)'의 어원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아랍의 침략으로 도망 다니던 섬 원주민들이 숨어 있던 곳을 아랍인들이 '마피아'라고 부른 데서 시작되었다는 설부터 시작하여 자신들을 보호해 주고 그 대신 대가를 지불하는 의미로 바뀌다가 시칠리아 어로 '마피우스(mafius)'란 용감, 대담을 나타내는 형용사로 바뀌었고 시대가 바뀌면서 그 뜻도 바뀌어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그 마피아가 되었다고 한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포시아 광장의 이탈리아 조각가 쥬세페 마살로의 조각상과 성당 가는 길의 테라코타 부조


여행이 주는 재미는 무엇일까?

새로운 것을 보고 안목을 넓히는 것? 알고 있는 것을 다시 확인 하기 위한 것? 내가 속한 곳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로운 경험으로 힐링하는 것?

같은 여행을 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흥은 천차만별 일테니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이유다.


볼 것도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은 시실리 여행에서 마음에 남은 영화의 자취를 찾아온 사보카. 이 작은 산골 마을의 방문은 위대한 유적지 방문 못지 않은 잔잔한 감흥으로 여행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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