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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 Bleu Jun 30. 2019

14. 하늘로 올라가 버린 나무 기둥

<조지아 최초의 교회: 스베트치호벨리 >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지아의 옛 수도 무츠헤타(Mtskheta)에는 세계 문화유산이란 이름에 걸맞게 4세기에 지어진 조지아 최초의 교회 '스베티츠호벨리(Svetitskhoveli)'가 있다.

이름도 어렵고 발음도 어려운 교회다.


두 강변에 위치한 무츠헤타 전경

조지아는 327년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나라로 301년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이웃나라 아르메니아와 함께 기독교를 일찌감치 국교로 정한 나라 중 하나다.


조지아 판 두물머리에 해당하는 강변에 위치한 이 교회는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녀 니노(https://brunch.co.kr/@cielbleu/145 참조)의 계시로 4세기경 최초로 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그 후에 여러 차례 파괴되고 증축되어 현재의 모습에 이르고 있지만.


'스베티츠호벨리'의 '스베티(sveti)'는 '기둥'이란 뜻이고 '츠호벨리(tskhoveli)'는 '살아있는'의 뜻이란다.

성인의 이름도 아니고 기적의 이름도 아닌 이런 이름이 교회의 이름으로 지어진 데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이 교회에는 2개의 성물이 보존되어 있는데 하나는 예수님의 성의이고 다른 하나는 예수님이 처형당하신 십자가라고 한다.  


먼 옛날, 조지아의 유대인 선지자 엘리아가 예루살렘에서 가져왔다는 예수님의 성의는 교회 안에 묻혀 있다고 전해지는데 스베티츠호벨리라는 교회 이름은 바로 이 성의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서기 1세기, 선지자 엘리아가 예수님의 성의를 가지고 온다는 소식을 접한 그의 누이 시도니아(Sidonia)는 너무 감격하여 맨발로 뛰어나와 예수님의 성의를 받았다고 한다. 성의를 받는 순간 그녀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만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그런데 어쩐 일인지 성의는 그녀의 손에서 떨어지질 않았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성의와 그녀를 같이 묻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시도니아와 성의가 함께  묻혔다고 추정되는 장소에 세운 기념 탑


그 후 이 무덤에서는 거대한 삼나무가 자라났는데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한 성녀 니노는 이 나무로 그 자리에 교회를 지어야 한다고 했다.

무럭무럭 자란 나무를 7등분 하여 교회의 기둥으로 쓰고자 했는데 6개의 기둥을 박고 7번째 기둥을 박으려 하자 그만 기둥이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교회를 짓기 위해서는 그 기둥이 필요했던 성녀 니노는 밤새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그러자 하늘로 올라갔던 기둥이 다시 땅으로 내려와 교회를 지을 수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다.


그래서 이름이 '스베티츠호벨리', '살아있는 나무기둥'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교회로 들어서자 바로 입구에는 이 전설을 그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교회 안에 전시된 전설의 내용
나무 밑에 시도니아와 성의가 묻혀 있고 중앙 오른편에 포도나무 십자가를 든 성 니노와 당시 왕이었던 미리안 왕의 모습이 보인다. 19세기 Mikhail Sabinin작품이다.


그런데 설명을 듣다 보니 또 하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수님의 옷이 생각난다.

이탈리아 '토리노의 예수님의 수의(The Shroud of Turin)'다.

물론 토리노는 예수님 사후에 시신을 감쌌던 수의이긴 하지만 진위 여부에 관하여 끝없는 논쟁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유명한 수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신자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스베티츠호벨리 교회의 성의는 조지아 기독교인들에게는 그 의미가 어떨지 가히 상상이 된다.

토리노의 수의에 찍힌 예수님의 형상(위키미디어)


교회의 한쪽 벽에는 예수님의 십자가가 보관되어 있는데 가이드의 설명이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어떤 경로로 십자가가 조지아의 옛 수도였던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허기야 예수님의 십자가라고 주장하는 모든 십자가를 모아 보면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돌고도 남을 거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긴 하지만.

교회를 설명하는 가이드는 교회에 보관되어 있는 십자가는 예수님이 처형당하신 그 십자가가 맞는데 애석하게도 밑 부분이 뜯겨 있다고 그 부분을 강조하여 보여 준다.

뜯겨 나간 조각은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 여왕에게 선물로 보내졌다고.

프로메테우스가 갇혀 있었다는 전설의 카즈베기 산 너머는 러시아 땅이고 러시아까지 가는 군사도로가 조지아 땅을 가로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제정 러시아의 막강한 파워가 주변 국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상상이 되는 안타까운 현장이었다.

좋은 것은 그냥 가서 가져오면 됐었다면서 파리의 많은 유물들을 자랑스럽게 설명하던 프랑스 가이드가 생각나 두 가이드의 전혀 다른 입장에 씁쓸한 마음이다.

교회 안에 전시된 예수님의 십자가. 십자가의 밑부분은 비어 있다.


예카테리나 여왕에게 선물로 보내 졌다면 진품이었겠지 하면서 파리 노트르담 사원에서 보았던 예수님의 면류관(https://brunch.co.kr/@cielbleu/26 참조)이 잠시 스친다.

투명 튜브 안에서 신비롭게 보관되어 있는 면류관을 보면서 어떻게 2천 년도 넘은 나무가 썩지도 않고 보관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진위 여부 따지지 말고 믿음으로 보는 것이지 하면서 혼자 웃었던 생각에 또 한 번 슬며시 웃는다.

노트르담 사원의 예수님 면류관

가이드가 한 가지 더 보여 줄 것이 있다면서 안내를 한다. 교회의 부속 건물처럼 보이는 곳이다. 설명이 없었다면 무심코 지나칠 뻔한 곳이다.


예루살렘의 '성묘( Holy Sepulchre) 교회'를 모방한 조그만 교회를 교회 안에 지어 놓은 것이다. 성묘교회라면 예수님의 무덤 위에 지었다는 그 교회다.

 예루살렘의 성묘교회를 상징하는 예배당(15세기 지음)


현재 예루살렘의 성묘교회는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AD 130년 주피터 신전을 세웠던 곳이다.

성묘교회는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밀라노 칙령을 선포하면서 326년부터 바로 이 주피터 신전 자리에 짓기 시작한 교회다.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밀라노 칙령을 발표하고 어머니인 헬레나 왕비를 예루살렘으로 보내 예수님이 묻힌 곳을 찾도록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무덤으로 추정되는 근처에서 십자가 3개를 발견하게 되고 이것을 당시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 형에 처해진 예수님과 두 죄수의 십자가로 생각하고 그 자리에 교회를 짓다 보니 지하에서 석관이 발견되었다고. 그것을 예수님의 석관이라 믿고 그 위에 세운 교회가 성묘 교회다. 그래서 성묘 교회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골고다 언덕을 나타내는 부분과 예수님의 무덤 부분으로 말이다.

성묘 교회 단면도(위키미디어)

설명을 듣다 보니 프랑스의 도르도뉴 지역을 방문했을 때 기억이 난다.

쌀라(Sarlat)라는 조그만 중세도시에는 예루살렘 성묘를 본떠 만들었다는 교회가 있다.

쌀라의 '죽음의 등대'

이 마을의 중세 건물 중 눈에 띄는 특이한 모양의 건물이 있는데 ‘죽음의 등대’(Lantern of the Dead)라 불리는 탑이다.

성당의 묘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로켓 모양의 탑인데  1147년, 십자군 전쟁에서 돌아온 베르나르드 성인(Saint Bernard)이 이곳에서 아픈 환자를 치유하는 기적을 이룬 뒤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루살렘에 있는 성묘 교회를 본떠서 만든 것이라고 하나 그 용도는 지금까지도 확실히 모른다고 한다.

이름과는 안 어울리게 여름에는 콘서트나 연극장으로 인기 있는 장소였다.


아마도 종교의 본산인 예루살렘 그곳에서도 성묘를 생각하는 마음은 모든 교인들의 공통된 마음인가 보다. 좀 더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에 먼 이국 땅에서도 그쪽을 바라보고 그와 유사한 건물을 지어 놓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주어진 환경이 어려울수록 그런 마음은 더욱 커질 테고...


화려하고 눈에 띄는 아름다운 장식은 아니지만 수천 년의 세월 속에 많은 이들의 애환을 품고 있는 듯한 거대한 교회.

많은 이야기와 증거들을 간직하며 예수님의 가호 아래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은총을 내리고 있는 것 같은 교회.

많은 것을 묵묵히 품고 있는 스베티츠호벨리 였다.


교회 안의 'Christ Pantocrator'

*'Christ Pantocrator'의 설명은 https://brunch.co.kr/@cielbleu/130 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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