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69. 만약 오늘 하루만 25시간이 된다면?

A69. 내 기쁨을 보잘것없다고 여기지 않겠습니다.

by Jee

소중한 한 시간을 활용해 수영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으로는 모자라요. 왔다 갔다에 씻고 옷 갈아입는 것까지 2시간이 필요합니다. 비겁한 변명이군요, 휴먼.


오늘 하루만 더 주어진 소중한 1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가 어쩌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에게 기쁨을 주는 육체적 활동, 그 대표주자가 제게는 수영인가 봅니다.


수영을 할 때 느끼는 감각이 좋습니다. 지상에 있을 때는 땅에 닿는 발, 어깨를 누르는 가방의 무게, 등에 닿는 의자 등받침 정도를 느낄 뿐입니다. 때론 내 다리가 2개라는 것도 스쾃를 한 날만 느낍니다.


수영을 하면 온몸에 닿는 물을 느낄 수 있어요. 내 온몸의 피부가 감각기관이었음을 다시 깨닫습니다. 나체로 수영을 하면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물속에서 들리는 먹먹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듣는다는 감각이 다시 깨어납니다. 때로 물속에서 눈을 감으면, 다른 감각들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관능적일 정도로 선명해집니다.




그럼에도. 주말에 호텔 수영장이라도 가려다 미룬 것이 2주째입니다. 수영학원 등록은 왠지 내키지 않고요. 지난번에 돈만 내고 대차게 빼먹기만 했거든요. 다음 이사할 때는 아파트에 수영장 있는 곳으로 이사하리라 다짐할 뿐, 자꾸 미루기만 합니다.


쾌락을 미루는 능력이 성공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연구 중 하나는 1960년대 스탠퍼드 대학에서 실시한 "마시멜로 실험"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즉시 마시멜로 하나를 먹을 수 있는 선택과 15분 동안 기다린 후 두 개의 마시멜로를 받을 수 있는 선택 사이에서 결정을 하라고 했죠.


연구자들은 이 어린이들을 40년 이상 추적 관찰했고(!), 인내심을 가지고 두 번째 마시멜로를 기다린 그룹이 측정한 모든 성공 지표에서 더 좋은 성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즉, 즉각적인 만족을 미루고 장기적인 보상을 위해 자제할 수 있는 자기 조절력이 성공의 키였던 셈입니다.



수영장을 미루고 일이나 글쓰기에 더 집중하면 나중에 더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그런 모범생 같은 생각을 하는 스스로를 깨닫습니다.


마시멜로 실험이 놓치고 있는 것은 성공과 행복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매일매일의 기쁨들을 희생시키며 쌓은 성공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도 의문입니다. 어느 순간 억울함의 반동이 오면, 그분들은 자연인이 되어 산으로 들어가시더라고요.


제가 마시멜로 실험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하고 싶은 것을 미루는 것과, 더 큰 보상이 있다는 것을 알 때 즉각적인 보상을 미루는 것은 다르니까요. 하고 싶은 것을 미룰 때는 오히려, ‘이 일을 해도 보상이 없다’는 인식이 더 큽니다. 나의 기쁨, 내 몸의 건강 이런 것들이 명확한 보상임에도, 다른 의무나 ‘사회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일’이 주는 보상에 비하면 보잘것없다고 은연중에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내 기쁨을 보잘것없다고 여기지 않아야겠습니다.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