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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쇼콜라 Feb 25. 2024

08.남편이 상한 짐승처럼 울었다.

사무치도록...

입원 이틀째, 병원의 하루는 새벽부터 분주하게 돌아간다. 오전 내내 검사가 이어진다. 그래도 병원의 대부분 사람들이 친절하고 따뜻하다. 6인실이 괴롭고 답답해서 2인실로 옮겼다. 창가 자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훨씬 조용하고 아늑하다.


담당 레지던트 선생님이 수술에 대한 안내를 해주셨다. 대부분은 알고 있는 얘기긴 했는데 마취와 부작용에 대해서 애기해주실땐 조금 긴장이 됐다. 다만 전체 스탭이 40명이 넘고 다들 세심하게 살피며 수술이 진행될거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척추 전체가 골절되는 고통이라, 아픈 순위에서 1,2위를 다투는 엄청난 통증이란다. 뉴스에서나 듣던 몰핀, 펜타닐 등등 마약성 진통제가 투여될 거라고도 하셨다. 그렇게 아픈 수술인데 또 퇴원은 일주일만에 한다고도 했다.(수술한지 사흘 후 부터는 일어나서 걷는 연습을 한다고....) 일어나는 방법이랑 주의사항 등등은 그 친절한 간호사님이 또 알려주셨다. 


이틀째 밤은 좀더 평안했다. 옆 침대에는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근육 발달상의 문제가 있는듯 했다. 말을 잘 하지 않아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병실은 조용했다. 우습게도 저 아이가 나을까 우리 아이가 나을까 따위의 쓸데없는 생각도 잠시 했다가 그만 두었다. 남의 불행으로 얼마쯤은 위로받는다는 사실이 덧없이 느껴졌다. 그리고 누군가는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술날 아침이 되었다. 우리 결혼 기념일로부터 4일 후였고, 남편의 생일 3일 전이었다. 굵은 수술용 바늘을 꽂고, 쇄골 아래에도 만약을 대비해 혈관을 따라 관을 넣었다. 아이는 침대째 그대로 수술실로 실려갔다. 아이 앞에서는 울지 않으려 했는데 내려가면서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면서도 괜찮다고 했다. 괜찮지 않은건 나였다. 홀로 아이를 그 안으로 보내놓고는 밖으로 나와서 남편과 또 한참을 울었다. 그래도 병원이라 참 다행이었다. 병원에서는 우리가 그토록 슬픔을 토해내도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그러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참을, 남편이 상한 짐승처럼 울었다.


나는 보호자 교대를 위해 병실로 올라와서 침대가 없는 텅빈 병실에서 한참을 더 눈물을 쏟아냈다. 



병원 앞 정원의 단풍이 예뻤다. 그래서 사무치도록 슬펐다. 사무치다 라는 말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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