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섭 Oct 28. 2022

신발과 수명

발달장애인의 수명이 짧은 이유

한 달 전부터 아이가 신발을 구겨 신고 다녀서 볼 때마다 똑바로 신으라고 잔소리를 했다. 혹시나 해서 주말 외식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울렛 신발 매장에 가봤다.

그런데 웬걸?

기존 신발이 240mm인데 260mm가 아이에게 맞는 사이즈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몇 주 전에 발톱 2개가 빠진 것도 그것 때문이란 것도 그제야 알게 되었다.


발달장애인들의 수명은 60세 이하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이유도 한몫한다. 즉, 병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두려워서 숨기고 감추어 때를 놓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몸 구석구석 살펴봐야 하고 아이에게 물어도 봐야 한다. 아이가 병원 갈까 봐 무서워 숨기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세심하게 살피고 소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이와 늘 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화나게 하고 질리게 하고 떠나고 싶게 하지만 참고 참아야 한다.

내가 그를 이뻐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를 이뻐하지 않는다. 내가 그를 싫어하게 된다면 세상 누구도 그를 좋아하지 않으니 그는 살 이유가 없어진다. 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나뿐이 없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참고 견디어 다시 아이를 바라봐야 한다. 어디 아픈 데가 없는지, 이는 괜찮은지, 누구한테 바보 소리 듣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에게 말 못 할 걱정으로 두려워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

오늘 내게 제일 중요한 일은 아이 관찰하기이다. 그다음이 아이 사랑해주기이다.

 "아이가 보여주는 모든 말과 행동에는 아이의 입장에서 합당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찾아내는 것은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몫"

"그 방식이 이해되지 않고 마뜩하지 않을수록, 아이가 그만큼 아프고 힘들고 죽겠다고, 자기 좀 들여다봐달라고 필사적으로 신호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천근아 소아정신과 교수의 말씀


아이의 한마디는 ‘살려달라는 간절한 신호’ 일 수도 있다.  내 시각과 청각이 허락하는 날까지 열심히 보고 들어야겠다.

이전 18화 발달장애아이에게 오는 강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