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아이의 결정을 존중해주세요
등산은 모두에게 좋은 운동이다. 특히 발달장애아이들에게는 운동의 기본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시지각협응 등 감각통합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큰 걸림돌이 있다. 등산을 갈 때마다 전쟁을 치른다는 것이다. 온갖 짜증에 지나가는 사람들 아랑곳하지 않고 화내고 울며 포기한다. 그럴 때마다 우린 등산해야 되는 이유를 설명하며 억지로 데려가거나 큰 보상을 해줘 목표한 곳까지 가게 한다.
최근까지도 등산 가는 일은 아이에게 어떤 보상으로 꼬실까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였다.
심리 선생님은 내게 조언해 주셨다.
1. 출발 전에 아이와 등산을 갈 것인지, 가면 어디까지 갈 것인지에 대해 같이 대화하고 합의되면 출발한다.
2. 등산 도중에 아이가 힘들어하며 포기하고 싶어 하면 되묻고 아이의 뜻대로 한다.
3. 절대로 아이를 설득하거나 포기에 대한 원망이나 실망 등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는다.
4. 이러한 실패의 과정이 여러 번 있어야 한다.
결국, 아이에게 결정권을 주고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상당히 비효율적일지도 모르지만 아이의 뇌는 이런 느림의 과정 속에서 바르게 자란다.
수학 과외를 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이 있다. 방금 설명한 문제를 못 풀거나 쉽게 풀 수 있는데 어려운 길로 빠지는 걸 보면 참다못해 풀어 주곤 했다. 그러나 그건 옳지 않다. 왜냐면 문제 푸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 스스로 문제를 푸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똑같은 문제를 여러 번 풀어 줄수록 학생들은 내 풀이를 외우고 풀 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잠깐의 성적은 좋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의 한계 때문에 수학을 포기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실제로 고3 학생 중에 수포자가 50%가 넘지 않는가?
“ 100점 중에 10점이 부족한 아이는 10점 사랑해주고, 90점 부족한 아이는 90점만큼 사랑해줘야 한다”
세브란스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의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남들보다 9배 더 많이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이고 우리는 다른 부모보다 9배 더 많이 기다리고 참고 사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젠 비가 와서 날씨가 싸늘했다.
반팔을 입고 있던 아인 내게 와서 말했다.
“아빠, 나 긴팔로 입을까?”
“왜?”
“약간 추워”
“응”
스스로 양말도 못 신던 아이는 어느새 옷을 스스로 찾아 입게 되었다.
봄 다음 가을이 바로 올 수 없다. 더운 여름을 견디어야 가을걷이를 할 수 있듯 아이의 속도를 맞춰가야 아이가 바르게 자신의 능력을 찾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