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 감정을 연결하는 과정은 발달장애인에게 중요하다
“네 머리카락이 금빛이잖아. 네가 나를 길들여준다면 정말 멋질 거야.
황금빛 밀을 보면 네가 생각날 테니까.
그리고 나는 밀밭을 지나가는 바람 소리도 좋아하게 되겠지."
발달장애아이들은 감각을 이용하여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세면대에서 물놀이, 바둑알 가지고 놀기, 흙 놀이, 반복적인 소리 듣기, 혼자 중얼거리기 등등. 이런 시간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그다지 좋지 않다. 그대로 두면 감각추구 시간이 늘어나거나 더 센 자극을 추구하려고 한다. 제일 큰 문제는 이런 감각 추구를 사회는 이해 못 한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감각 추구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감각에 적절한 감정을 이어주면 좋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TV를 보여 줄 때 옆에서 “이 순간 주인공 맘에 어떨까?”, “지금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아이에게 물어보면 아이는 감각만 사용하다가 감정까지 연결하게 된다.
만일 아이가 모래 놀이를 좋아하면 모래 놀이 수업을 찾아가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수업에서 촉감 추구를 통해 감정의 표현하며 소통을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바다나 계곡으로 캠핑을 자주 간다. 바다에서 모래 놀이도 하고 바다 모래 속에서 조개도 잡으며 놀고 계곡에서도 피래미를 잡기도 하고 물놀이를 하며 함께 추억을 쌓는다. 그런 까닭에 우리 아이에게 물이나 모래의 촉감은 좋은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단순히 홀로 감각을 이용해서 놀기보다는 꼭 누나와 같이 놀고 싶어 한다.
여기서 더 주목할 것이 있다.
역방향, 즉 감각과 나쁜 감정이 연결되면 그 자극은 아이에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안이 얼마나 안 좋은 것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토마토 맛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골고루 안 먹는다고 야단치거나 벌을 준다면 그 아이는 토마토 맛과 나쁜 감정을 연결한다.
만일 내가 아이의 어떤 감각 추구에 대해 화난다고 폭언이나 폭력을 사용한다면 그 아이는 그 감각이 느껴질 때마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불안을 느끼게 된다.
내가 그동안 아이에게 했던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
피드백과 언행이 그 순간의 감각과 같이 차곡차곡 머리 한켠에 저장되어 평생 아이를 고통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
영화 말아톤에서 주인공이 병상에 누워있는 엄마를 보고 슬퍼서 뛰쳐나가 비를 맞고 있을 때, 걱정되어 뒤 따라야 오던 동생에게 한 말이다. ‘비’를 어린 아들에게 처음 가르칠 때 주인공의 엄마는 너무 힘들어했다. 아픈 아일 받아들이지도 못 한 상황에서 말을 가르쳐야 하는 참담한 심정을 누가 알까? 절망을 가슴에 숨기지 못한 채 아이에게 ‘비’리는 단어를 가르쳤고 아인 ‘비’로 엄마와 자신의 슬픔을 동생에게 표현한 것이다.
누구나 하루에도 수 천 번 감각을 사용하고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우리는 감각과 감정의 연결이 쉬워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은 남들처럼 그런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아서 공감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하고 소통이 힘들다. 만일 우리가 자칫 적절치 못한 감정으로 대응하면 트라우마가 생기기 쉽다. 그렇기에 어릴 때부터 감각에 맞는 올바른 감정을 연결시켜주는 노력이 절실하다.
˝”나는 날마다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어. 내가 병아리를 쫓으면, 사람들은 나를 쫓지. 병아리들이 모두 비슷비슷해서 구별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도 모두 그 사람이 그 사람으로 별로 다를 게 없어. 그래서 난 좀 심심해.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하게 밝아질 거야. 다른 모든 발소리와 구별되는 발소리를 나는 알게 되겠지. 다른 발소리들은 나를 땅 밑으로 기어들어가게 만들 테지만, 너의 발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음악이라도 듣는 기분이 되어 굴 밖으로 뛰어나올 거야!”
나의 작은 손짓과 음성이 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라며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