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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섭 Jun 06. 2022

발달장애아이에게 오는 강박

강박은 왜 오는가?



강박의 증상들

1. 뮤지컬 장화 신은 고양이 배역 아저씨를 한 달 동안 울면서 무서워했다.

2. 몸속에 플라스틱이나 벌레가 들어간 것 같아 자주 무서워한다.

3. 담뱃갑 사진을 떠올리며 자신의 몸에 병이 있을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4. 유튜브 게임 5초 광고를 보고 몇 달째 무서워한다.

5. 하루에도 50회 이상 어떤 생각이나 대상이 무섭다고 또는 걱정된다며 위로받고 싶어 한다.



학교 도움반 선생님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부탁하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니 장화 신은 고양이 배역이 아저씨이고 다른 배역도 있으니까 유튜브에서 찾아 보여주고 설명해 주면 이해하지 않을까요?


“ 몸에 벌레가 못 들어간다고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요?”


“담뱃갑 사진들은 담배를 피우면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경고라고 설명하면 안 될까요?”


강박이 오는 이유는 불안 때문이라고 다들 알고 있다. 또한 불안이 오는 이유도 잘 알려져 있다. 단지 알려져 있을 뿐이지 그 상황을 부딪쳐보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막막해진다.


우리 아이에게 강박이 온 이유를 두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우리 아이에게 국한된 이야기)

1. 어림하기

2. 자기 결정력(내적 통제소)


어림하기? 한마디로 중간을 모른다는 것이다.

내 키의 중간은 어딜까?

저 빌딩의 중간은 어디쯤일까?

1시와 7시의 중간은 언제일까?

신라면은 너무 맵고 진라면 순한 맛은 안 매운데 중간 맛은 어떤 라면이 있을까?

엄마가 아까 아침에는 화난 것 같은데 지금은 풀렸을까?

누나가 사춘기라서 나한테 매일 짜증 내는 데 오늘 놀아달라고 하면 화낼까?

(등산 중에 힘겹게 산을 오르는 사람들 보고) 왜 저 사람들은 무섭게 나를 쳐다보고 가는 걸까?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리 현상을 중력을 몰라도 대부분 알 수 있지만 우리 아이는 모른다. 모르게 태어났다. 대부분 아이들은 배우지 않아도 엄마 뱃속부터 어림하기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우리 아이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 아이에게는 장화 신은 고양이 배역 아저씨가 역할 때문에 분장한 것을 설명해줘도 그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설명이다. 고양이 분장을 하고 분장을 씻고 집에 가서 가족과 일상을 살고 다시 뮤지컬을 하는 과정을 우린 쉽게 어림할 수 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어림하기 힘든 과정이 너무 많다.

1. 분장을 실제 고양이처럼 섬세하게 할 수 있다니?

2. 분장을 어떻게 지울까?

3. 분장을 지우면 사람 모습을 하고 있을까?

4. 분장을 다 지우고 집에 가는 걸까? 고양이 숲에 가는 건 아닐까?

5. 아빠 말로는 저 아저씨도 가족이 있다던데 정말 부인도 있고 나 같은 아들도 있을까? 그분들도 고양이 분장을 하고 있을까?

6. 근데 왜 고양이 분장을 하고 뮤지컬을 하지? 도대체 그런 이상한 분장을 하고 연기를 하는 거지?

7.  도돌이표. 어림하기가 안되니 다시 생각나고 똑같이 궁금해하고.


아무리 설명해도 우리에게 있는 어림하기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것이 이해하기 어렵고 그 때문에 불안하고 두렵고 무섭고 그것이 생각에 생각을 낳고 그러다 보면 공황이 와서 숨을 못 쉬게 된다.


그런데 그런 이해 안 되는 것이 머릿속에 한가득 들어있다.

1. 길가에 있는 컨테이너 (저건 왜 저기 있는 거야? 괴물이 살거나 무서운 아저씨가 살고 있는 건 아닐까?)

2. 칫솔 팔러 다니는 아저씨(치료실에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들어와서 칫솔 강매를 한 적이 있다. 저 아저씨 왜 치료실에 와서 칫솔을 팔지? 마트가 아니라?)

3. 무서운 게임 광고( 피가 나오는 게임이 이해가 안 된다. 진짜 피가 아니라 가짜 피지만 왜 피가 있어야 하지? 왜 저런 게임이 있어야 하지?)


우린 모든 과정에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최대한 아이에게서 불안을 없애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다고 해서 아이가 바로 이해하고 편안해지지 않았다.

본인이 그런 과정이 맞다고 결정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또 힘들어진다.

어떤 사실을 이해하면 깨닫고 다음 과정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 아인 본인 스스로 그걸 맞다고 인정하는 본인의 결정을 불안해한다. 왜냐면 그동안 본인이 결정했던 수많은 판단을 쉽게 부정당하고 무시당해왔기 때문에 본인의 결정 또한 늘 망설이고 불안해한다.


어림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고 자기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불안감이 강한 우리 아이에게 찾아온 강박. 원인을 찾았으니 이제 치료할 차례다.


쇼생크 탈출에서 모건 프리먼이 40년의 감옥 생활 끝에 가석방되어 사회로 돌아가게 된다. 마트에서 일하면서 매니저에게 화장실 가는 일까지 허락을 받아야만 편안해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 아이가 그려졌다.


실패하더라도 아이의 결정을 존중해주고 따라주는 것이 아이를 자유롭게 한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건 아닌지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부디 국경을 무사히 넘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내 친구를 만나 따뜻한 악수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태평양이 내 꿈에서 처럼 푸르름으로 가득하기를 희망한다. 나는 희망한다.”  - 영화 쇼생크 탈출 마지막 대사


우리 아이도 무사히 마음의 병을 극복하여 푸르름이 가득한 세상과 더불어 살 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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