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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섭 Sep 03. 2020

외로운 섬에 사는 발달장애아이

다음엔 똑똑한 인기 많은 인싸로 태어나렴

몇 년 전부터 잉꼬를 키우고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기르고 싶지만 무리가 될 것 같아 차선으로 잉꼬를 선택했다. 기대 이상으로 든든하고 귀여운 녀석들이지만 한 두 마리는 벌써 이별을 고했다. 새들은 감기 들거나 다른 병에 걸리면 안 아픈 척한다. 아픈 티가 나면 적이 금방 알아차리고 공격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아이를 깨웠다.

“ 학교 가야지. 이러다 늦겠다”

아인 평소에 잘하지 않는 말을 비몽사몽간에 했다.

“학교 안 갈 거야. 아무도 나랑 안 놀아 준단 말이야. 지용이는 은서랑만 얘기하고 은서는 내가 싫은 가봐”

지금은 코로나로 긴급 돌봄을 하고 있어서 또래가 아들 포함해서 셋이다.

집사람과 난 동시에 그 말을 들었지만 못 들은 척 바쁜 아침 준비를 이어갔다. 못 깨어난 아들에게 가서 손발을 주물러 주고 ADHD 약을 먹이고 토닥토닥해주고 세 숟가락 먹이니 그제야 아인 평소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엄마를 찾아 나섰다.


누가 모를까? 학교에서 외로이 있는 것을. 바보라고 놀리지 않으면 다행인 것을 누가 모를까.

우리가 모를 줄 알고 학교 생활을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다. 본인이 학교에서 왕따? 은따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칭찬받고 싶어서, 학교 생활 잘하고 있다고 칭찬받고 싶어서 알리지 않는 것이다.


어젠 언어재활치료받으려 병원 주차장에 세우려는데 대뜸 “ 여기 장애인 주차칸이야  세워라고 나에게 경고를 했다. 장애인   칸에 세우는  거기에 세운다고 생각해서 내게 말한 것이다. 아직 아들은 본인이 장애인 것을 모른다. 아마 장애인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같다. 언제, 어떻게, 누가 알려 주어야 하나. 아니면 본인이 스스로  때까지 숨겨야 하나.


이런 현실들을 부딪칠 때마다 정말 힘들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힘들기도 하고, 내가 먼저 가면 저런 말조차 들어줄 사람도 없으니 그런 거 생각하면 아이가 너무 불쌍해서 힘들고. 아내한테 그런 아일 준 것에 미안해서 힘들고 나와 똑같은 슬픔을 겪을 아내가 불쌍해 힘들고. 매일 참고 양보할 수밖에 없는 첫째에게도 그렇고...


하늘이 원망스럽고 원망스럽다.


내가 널 사랑하는 일이 날 좁은 문으로 인도할 지라도 난 다 싫다. 네가 원 없이 친구들과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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