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은 감각에 대해 특별한 추구와 불안을 가지고 있어요
영화 말아톤에서 주인공이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얼룩말 무늬 치마를 입은 여성을 만진다. 그 여성은 놀라 소리를 지르고 옆에 있던 남자 친구가 주인공을 때린다. 그때 약을 사러 약국에 다녀온 주인공의 엄마가 아들이 맞는 장면을 보고 바로 달려들어 말린다. 그리고는 왜 아이를 때리냐고 울부짖으며 따진다. 이때 아들이 세상을 향해 소리 지른다.
“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며칠 전 아이 담임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 아이가 자꾸 한 여자 아이에게만 말 걸고 장난치고 손가락질한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본인이 아이에게 가르쳐도 보고 혼도 내보았지만 잘 안되어서 나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내가 대답했다.
“그 일로 작년에 제가 아이 데리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를 두 번 다녀왔습니다. 제가 아무리 설명해도 안돼서 경찰의 도움을 받았어요. 경찰관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그런 일이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가르쳐 달라고 부탁드려서 경찰관이 우리 아이에게 직접 따듯한 훈계를 해 주셨어요.”
그리고 더 말씀드렸다.
“상대방 어머님과 여러 번 만나서 아이의 상황을 말씀드리고 이해와 용서를 구했습니다.”
선생님은 약간 당황하셨던 것 같았고 몇 마디 더 말씀을 드리고 통화를 간신히 끝냈다. 가드다란 선이 내 참고 있는 울음을 담임에게 보냈을지는 나도 모르지만.
태어나기 전에 태아는 반사신경과 기초 대뇌 신경회로가 만들어진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외부 자극에 의해 대뇌 신경회로가 재정립되는데 그 첫 단추가 감각에 의해 이루어진다. - 오은영 박사님
발달장애 아이들은 감각 회로가 혼선되어 있거나 인지 기능이 낮아 자신에게 들어오는 감각을 제대로 해석하기 힘들어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영화 말아톤 주인공은 여성과 성추행을 인지 하기도 전에 얼룩말 무늬가 주는 시각적 자극에 몸이 반응해 버린 것이다.
우리는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 건강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금방 깨닫게 된다. 그러나 마음이 아픈 아이들은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차 모른다. 매 순간 오감각으로 들어오는 신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고민하며 살아가기에도 힘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