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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CO Oct 15. 2024

The Egg Thief _ B. 껍데기 균열 _ 7

7장 : 텅 빈 내면

B. 껍데기 균열

7장 : 텅 빈 내면




닭은 여전히 울지 않았다.


사람들은 계속 잠들어 있었다. 아니, 깨어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의식은 여전히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아침이 되어도, 그들은 제 시간에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의 몸은 움직였지만, 마음 속 눈꺼풀은 무겁게 내려앉은 채였다.

움직이는 마을, 그러나 그 속에 숨겨진 것은 멈춰버린 의식이었다.


닭장은 이후로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다. 닭이 제 시간에 울지 않았으니, 누구도 닭장을 보지 않았다.

사람들은 닭장이 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었다. 알이 없는 닭장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알은 늘 그 자리에 있어야 했다. 전체의 알중 단 두개만 사라졌을 지라도.


그저 알 두개가 사라졌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그들은 말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꾹 다물고, 눈을 감은 채, 모든 것이 평소와 같다는 믿음 속에 자신을 묶어 두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 했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점점 더 어긋나고 있었다. 마치 고장 난 인형들처럼, 그들은 평소에 하던 행동을 어색하게 반복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대화를 나누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척하려 했다.




"좋은 아침."
한 남자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너무 컸다.

그 말은 온 집 안에 울려 퍼졌지만, 가족구성원 그 누구도 그에게 답하지 않았다.


"아니, 오늘 아침은 좋은 아침이라고."
그는 다시 말했다. 이번는 소리는 평소와 같게, 더 명확하게. 하지만 아무도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자신의 일을 하려는 척할 뿐이었다.


그는 주방으로 향했다. 그의 손이 익숙한 동작으로 아침 식사를 준비하려 했지만, 손끝이 허공을 스쳤다. 알을 쥐려던 그의 손은 텅 빈 공기를 잡았다. 그러나 그는 한순간 움찔했을 뿐이었다. 그는 다시 의식을 끄집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식탁에 앉은 그는 포크를 든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허공을 향해 있었다. 그 빈 시선 속에서, 그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잘못됨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었다.

알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그의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그리고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포크로 자신의 허벅지를 푹 찔렀다.




마을 광장에는 낯선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곳에 모여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고 눈을 피했다. 그들은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너무나 큰 웃음이었고, 마치 기계가 낸 소리 같았다. 웃음은 너무 크고 갑작스러워서 모든 사람들이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 웃음은 금세 사라졌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다시금 찾아온 무거운 침묵이었다.


그 침묵 속에서, 그들은 아무 일도 없는 척을 했다. 그렇게 그들은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다시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닭이 울지 않았어."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너무나 작은 소리였고,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소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들렸다. 그들은 그 말을 들었지만,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고 말았다.


그들은 눈을 돌렸다. 닭이 울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체계가 무너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병아리 C의 울음소리였다.

c, c, c, c, c, C, c, c, c, c, C, c, c, c, C, c, c, C, c, C, C
그 울음소리는 마을의 중심으로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것은 각자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사람들은 단체로 최면에라도 걸린 듯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몸을 움찔했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가 완벽하게 가까워지자, 그들의 손과 발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멍하니 그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마치 꿈속에서 들리는 소리 같았다.




"이제 그만해야 돼!"
낮고 떨리는 목소리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는 분명했고, 모든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들었다.

한 남자가 자리에서 움직였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광장에 있는 사람들 중 유일하게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그냥 속고 있을 뿐이야."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지만, 아까보다 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알은... 중요하지 않아. 그건 그냥 껍데기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의 말은 마치 긴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외침 같았다.

그동안 숨죽여 온 말들을 한꺼번에 터뜨리듯,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그저 스스로를 속였어. 이 모든 체계는 아무것도 아니야!"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충격 속에서 하나같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믿어왔던 체계의 허무함을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그들의 표정은 멍하니 그를 향해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하나 둘씩 멈춰있던 불편한 자세를 풀고, 편안한 자세로 그를 향해 몸을 돌려 똑바로 서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의 몸이 그를 향했을 때, 그 중 인자한 모습의 한 여자가 그를 향해 편안하고 당당한 걸음으로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평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만 우리를 속이고 있어."

"다시 한번 얘기할게, 너만 우리를 속이고 있어."

"또 한번 얘기할게, 너만 우리를 속이고 있어."

"한번 더 얘기할게, 너만 우리를 속이고 있어."

그녀는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점점 그를 적대시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들은 그들이 믿어온 체계를 부정하는 것이었고, 그들은 그를 위협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은 점점 더 광기로 뒤덮였다.


그 남자는 뒤로 물러섰다. 사람들은 점점 더 그를 비난하며, 광기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빛은 증오,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배신자다!"


"그를 처벌해야 해!"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그들은 이제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했다. 그들은 그 남자를 체계를 파괴하려는 자로 인식했고, 그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에게 벌을 줌으로서 자신들의 믿음을 지키고 싶어했다.




그는 거대한 알 탑 앞으로 끌려갔다. 알들은 신성한 상징이었다. 그들은 그 알들을 통해 그의 죄를 씻으려 했다. 그 남자의 입이 사람들에 의해서 억지로 벌여졌고, 그 속에 수많은 알들이 쑤셔 넣어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알들이 목구멍 속으로 계속 밀려들었다. 그가 숨을 쉴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몸이 경련하며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그러나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숨이 막혀가며, 마지막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 비명은 알 속에 갇혀버린 채, 그의 목구멍 깊은 곳에서 사라졌다. 그의 몸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기어이 그들은 그의 죄를, 성스러운 알로 씻어내는데 성공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마을은 다시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사람들은 알을 지키기 위해, 그 남자를 희생시켰다.

그러나그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었고, 닭은 여전히 울지 않았다.




2024 The Egg Th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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