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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데렐로 Feb 25. 2021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기준

과일을 살 때면 나는 종종 맛없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한다. 사람들 중에 맛없는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맛없는 과일도 참고 먹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맛없는 과일은 아예 먹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내가 그런 축에 속한다.


야채류는 맛이 없어서 못 먹겠다고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하지만 과일은 맛이 없어서 못 먹는 경우가 흔히 있다. 수분이 부족한 경우도 있고, 과육이 단단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가장 흔한 것은 단맛이 부족한 경우다. 외관이나 냄새로 고르는 기준이 몇 가지 있기는 하다. 사과나 배 같은 경우, 오뚝하게 생긴 것보다는 옆으로 펑퍼짐하게 생긴 것이 과육도 부드럽고 단맛도 강하다. 참외도 비슷하지만 사과, 배만큼 효과적인 판단 기준은 아니다. 참외는 외형보다 향으로 단맛을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대략적인 참고 자료일 뿐, 정확하고 정밀한 기준은 아니다. 한 길 사람 속만 알기 어려운 게 아니라 한 치 과일 속도 알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불안(?)을 씻어줄 기준으로 브릭스(Brix)라는 단위가 있다. 100g의 용액 가운데 당 성분이 몇 g 들어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음료나 음식 전반에 적용하지만, 가장 흔히 쓰이는 것은 과일이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과일들은 가격표를 게시할 때 브릭스로 표시된 당도를 함께 표시한다. 믿고 먹으라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브릭스 표시가 없는 과일은 선뜻 선택하기가 어렵다. 과일 종류를 불문하고, 11 브릭스면 아주 단 맛은 아니지만, 먹을 만한 정도는 된다. 12 브릭스면 충분히 맛있다고 느낀다. 이보다 높은 13 브릭스면 아주 맛있다고 느낄 정도가 된다. 그보다 높은 14, 15 브릭스는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그쯤 되면 매우 달다. 



이런 과학적인 방법 외에 비과학적이지만,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 있어서 함께 적어본다. 내가 직접 경험한 사례다.


복숭아는 단맛의 편차가 상당히 큰 과일이다. 나는 딱딱한 복숭아는 단맛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안 좋은 치아 때문에도 아예 먹지를 않는다. 반면 단맛 나는 복숭아는 몹시 좋아한다. 말랑말랑한 복숭아가 딱딱한 복숭아보다 대부분 단맛이 강하지만, 문제는 꼭 그렇지도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복숭아를 살 때면 조심스럽다. 


몇 년 전 내가 선물로 받은 복숭아가 아주 기록적으로 맛이 좋았다. 부드럽고, 달고, 이 정도 되면 신선의 과일이라는 소리도 나올 만하겠다 싶었다. 결례를 무릅쓰고, 선물한 사람에게 어디서 샀느냐고 물었다. 우리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과일 가게에서 샀단다. 지나가면서 보긴 했지만 과일을 산 적은 없는 가게다. 


복숭아 한 상자를 다 먹은 후 그 가게를 찾아갔다. 다시 복숭아 한 상자를 샀다. 역시나 맛이 뛰어났다. 그 사이 여름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세 번째로 복숭아를 사러 갔다. 자주 찾았다는 생각에 가게 아저씨에게 칭찬 겸 맛있는 과일 고르는 법을 물었다. 그 아저씨의 답이 내 예상을 완전히 깼다. 그 기준은 외형도, 냄새도 브릭스도 아니었다.


“과일은 돈 맛으로 먹는 거예요.”


그 후 과일 사기가 망설여질 때는 이 기준을 적용한다. 100%는 아니지만, 어떤 기준보다도 유용하다. 비싼 복숭아, 비싼 딸기, 비싼 귤, 비싼 키위, 비싼 배, 비싼 사과, 비싼 감. 과일 아닌 채소에도 물론 적용 가능하다. 비싼 수박, 비싼 참외... 모두 내가 직접 확인한 과일 종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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