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더 미운 날엔

결혼의 이면_진미령의 <미운 사랑>

by 유투리


사랑인데, 왜 이렇게 미울까.

결혼이라는 제도를 오래 들여다보다 보면, 그런 마음이 문득문득 올라온다.
평생을 함께 살기로 사이인데, 어떤 날은 너무 멀게 느껴지고,
어떤 날은 말 한마디에 속이 뒤집힌다.
그런데 또, 아플 땐 약을 챙겨주고, 힘들 땐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준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며
“결혼보다 더 심오한 인간의 결합은 없다”고 했다.
사랑과 신의, 희생을 담은 평생의 약속.
그 약속 속에 ‘미움’이라는 감정이 같이 깃드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진미령의 〈미운 사랑〉은 그런 복잡한 마음을
지나치게 말하지도, 모른 척 외면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꺼내어 놓는다.

출처: KBS 가요무대 유튜브
남몰래 기다리다가 가슴만 태우는 사랑 / 어제는 기다림에 오늘은 외로움
그리움에 적셔진 긴 세월
이렇게 살라고 인연을 맺었나 차라리 저 멀리 둘걸

마치 누구에게 들려주기 위한 말이 아니라,
혼잣말처럼, 한숨처럼 흘러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라 믿었던 사람과
같은 집에 살아도 마음이 닿지 않을 때.
기다려도 오지 않는 마음, 바라봐도 모르는 눈빛.
그 마음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 가사에 가슴이 아릴 수밖에 없다.

그리움도, 외로움도, 원망도 오래되면 결국 ‘정’이 되는 걸까.

듣다 보면 우리 부부가 떠오르기도 했고,
싸우고 화해하고 다시 웃는 부모님의 모습도 생각났다.
‘차라리 저 멀리 둘걸’이라는 말에서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얽힌 관계에서 피어나는 회한이 느껴진다.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뜨겁고 예뻤던 연인으로 남았을까?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아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들기 마련이다.


냉면 한 그릇이...


진미령이라는 이름은 단지 오래된 가수가 아니라,
한 시대의 여성 서사를 조용히 껴안고 노래해온 목소리다.

〈하얀 민들레〉에서는 엄마 품을 떠나는 딸의 슬픔과 성장,
〈난생 처음 여자가 되던 날〉에선 자신의 결혼과 딸의 결혼을 통해 겪는 여자의 감정선이
잔잔하고 따뜻하게 녹아 있다.


진미령의 목소리는 언제나 소녀 같은 감성을 머금고 있지만,
그 안엔 참는 법을 배운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단단한 어른의 울림이 있다.

출처: SBS 옛날 예능 유튜브

최근 진미령이 밝힌 인생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미운 사랑> 노래의 아픔을 느꼈다.

진미령은 과거 개그맨 전유성과 18년간 동거했고, 결국 이별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냉면 사건’이었다.
진미령이 천천히 냉면을 먹고 있을 때,

전유성은 “먹는 거 보기 지루하니 나 먼저 간다”라며 자리를 떴다.
그 순간 그녀는 생각했다고 한다. "냉면 먹는 시간도 못 기다려주는데, 어떻게 결혼 생활을 함께하겠나."
냉면은 계기였을 뿐, 쌓여 있던 10년의 외로움과 설움이 터졌던 것이다.

그래서 진미령이 무대에서 〈미운 사랑〉을 부를 때,
그건 단순한 ‘이별 노래’가 아니라, 참았던 말들의 작은 폭발처럼 느껴진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남는 목소리.
그녀가 살아낸 시간과 아픔이 그대로 스며 있는 노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는 일


진미령의 미운 사랑 마지막 가사는 이렇게 끝난다.
"너와 난 운명인 거야."
밉고, 서운하고, 가끔은 지칠 때도 결국 다시 돌아보게 되는 얼굴.
서로가 서로에게 낸 상처 위에 ‘운명’이라는 한마디를 덧칠하는 일.

알랭드 보통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사랑은 열정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이란 건 결국, 매일같이 마음을 건네고 불완전한 서로를 안아주는 기술.

그렇게 살다보면,

잊고 살았던 낭만이 고개를 쓱 내밀기도하니까.

그 작은 낭만들이 켜켜이 쌓여간다면, 오래오래 함께 갈 수 있다.

우리 부모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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