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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수능, 그 문턱을 넘으며.

by 눈이부시게

아침 7시 20분.

교문 앞에서 아이를 들여보내고,

뒷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터졌다.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걷는 아이 또한

눈물을 삼키고 있으리라.




2026 대입 수능 D-day.

진짜 올까, 했던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알람도 울리지 않은 새벽에 눈을 떠

아이를 깨우고 마지막 가방 점검을 할 때까지도

이상스러울만치 마음이 담담했다.


매년 수능날마다 뉴스를 통해

교문에 매달려 기도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며

내 자식이 들어가 시험 보는 것도 아닌데

함께 눈물을 흘렸던 이전의 내 모습은 간데 없이

정작 내 딸의 수능날에는

더할 나위 없이 침착하고 차분한 내 모습에

나조차 생소하다.


그 생각을 한지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고사장에 도착하여 아무렇지 않은 듯

엄지 척! 브이! 하며 셀카 한번 찍고

교문 앞에서 아이를 안아주고 눈을 바라보는데

겨우겨우 눈물을 참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 역시.

괜히 내가 울면 아이 마음 흔들릴까 봐 웃었지만,

아마 딸도 눈으로 내 마음을 읽었겠지.


잘 다녀와! 씩씩하게 인사하고는

등이 보이는 순간부터 눈물이 차오르더니

이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진다.

옆에서 남편이 위로하며 한 마디 한다.

"나중에 아들 군대 갈 때는 어쩌려고 이렇게 울어~"

(자기도 울고 있으면서;)


딸이 돌도 되기 전 모습부터 떠오를 건 뭐람.

모유수유 시간을 신청해

회사에서 10분 거리인 집으로

점심시간에 부랴부랴 걸어와

땀으로 젖은 몸을 대충 씻어내고

살짝 이름을 부르면

자다 깨서 짜증 날 법도 한데

엄마 왔다고 눈이 커져서는 방긋방긋 웃으며

누운 채 똥똥한 다리로 점핑점핑하던 모습,


나이차이 많은 동생이 태어나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엄마, 할미 돌봄도 많이 못 받고 혼자 알아서 해야 했던 때,


한창 사춘기로 힘들었던 중학생 무렵

스트레스로 울고불고했던 날들,


바로 어제,

"나 수능날 아니라고 스스로 가스라이팅 중이야.

수능날처럼 느껴지는 말 하지 말아 줘.

내일은 11월 모의고사일뿐이야!" 하며 웃더니

(그 웃음이 진짜 재미있어서 웃었겠느냐만)

"나 근데, 엄마한테 정말 고마워.

엄마도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여행 가는 것도 계속 나랑 얘기하고 싶었을 텐데

일부러 나한테 얘기 안 한 거잖아.

꼭 필요한 것만 물어보고. 고마워."

하던 모습까지

19년의 순간순간이 그렇게 스쳐 지나가

차 타러 걸어오는 그 짧은 순간에

그렇게 주책맞게 길에서 울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눈물이 멈추질 않아

2시간을 꼬박 더 울다가 겨우 멈췄는데

딸을 어릴 때부터 보았던 지인들이 연락해

시험장 잘 들어갔는지, 괜찮은지 묻기에

얘기하며 함께 눈물바다..

참 내 지인들은 어쩜 다 나랑 비슷하냐.

응원해 주는 내 사람들, 고맙습니다.



조금 일찍 고사장 근처로 돌아와

3교시 시험 종료 종소리 들으며

인근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마지막 교시까지 잘 마치고,

환하게 웃으며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아니, 엄마아빠를 본 안도감에

그동안 꾹꾹 눌렀을 울음을 터뜨려도 괜찮다.

결과가 어떻든 수년간의 고생이 끝나는 날이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원하게 나와주길.


노래를 너무 좋아하는 내 딸,

공부한다고 오랫동안 못 갔던 노래방 가자!

3시간? 4시간? 몇 시간이든 콜!

그리고 맛있는 거 먹자.

배 아플까 봐 못 먹고 참았던 매운 거로!


사랑하는 우리 딸 고생 많았어.

곧 교문 앞에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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