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남친 SNS 염탐하기 좋은 시간, 새벽 2시
난 불면증이 심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심해졌다. 우울하거나 신경 쓸 거리가 생기면 내 방 싱글 침대 위에서 이리저리 뒹굴거리며 고민한다.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보고 싶지 않고 계속해서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문득 구남친 생각이 나면 그 날 잠은 다 잤다.
20살 때 잠깐 만났던 남자 친구부터 근래에 헤어진 구남친까지. 그만하면 다행이지, 중간중간에 연락했던 체대 오빠, 학교 후배, 고등학교 때 첫사랑까지 나를 설레게 했던 모든 이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곤 침대 한편에서 충전 중이던 나의 아이폰 se2를 켠다.
그리곤 가장 궁금한 이들부터 인스타그램에 검색해보기 시작한다. 첫 번째로 나에게 염탐을 받을 주인공은 스무 살 시절에 두 달 남짓 만났던 동갑내기 전남친이다. 이름을 검색하고 나오는 계정을 쭉 훑는다. 이미 전에 검색해본 적이 있기에 아이디를 기억하는데, 이상하게도 계정이 없다. 나를 차단했나, 비공계 계정으로 돌렸나 별별 생각이 스친다.
별 소득이 없는 인스타그램을 뒤로하고 페이스북을 켠다. 또다시 이름을 검색해보니, 익숙한 계정이 보이고, 홀린 듯이 난 피드를 염탐한다. 나랑 사귈 때는 알티였는데, 그냥 그만두고 의무경찰을 갔나 보구나, 전역도 했구나 등 평범한 근황들을 접하고 아닌척하면서도 여자 친구의 유무를 살핀다. 그 유무가 모호한 피드를 탐색하다 문득 현타가 찾아온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지? 막상 얘는 나 스치듯 생각도 안 할 텐데. 하는 자괴감과 참을 수 없는 구질구질함에 울컥해 페이스북을 신경질적으로 종료해버린다.
이제 진짜 자야지. 하곤 다시 뒤척이기 시작한다. 그럼 걔 다음에 만났던 학교 씨씨였던 그 애는 잘 사나? 다시 핸드폰을 열고 인스타그램에 들어간다. 아쉽게도 그 애는 계정은 있었지만, 비공계였다. 계정을 쳐다보다 문득 그 애가 복학 후에 씨씨가 되었다는, 듣고 흘렸던 소식이 생각난다. 근황도 얼굴도 모든 게 다 궁금해졌지만 묻기로 한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애한테 나는 정말 스쳐간 인연일 테니까.
참, 이래서 구남친 생각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건데. 무엇보다 sns 염탐은 더욱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만 엉망으로 살고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아 끝도 없이 우울해진다. 싱숭생숭한 머릿속에 좋았던 시절들이 지나가며 밤은 더욱 길어진다.
외롭고 공허한 날 새벽이면 전 애인 sns에 들어가 보고, 나보다 잘 사는 모습을 보면 배 아파하고, 좋았던 순간들을 계속해서 곱씹으며 돌아가고 싶어 하는 나의 구질구질함에 질릴 때쯤 잠이 밀려온다. 뇌에서 그만하고 자라는 뜻인지, 아니면 그만 속상해하라는 배려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