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구석에 누워 오지 않는 잠을 청하던 밤이었다. 혜옥씨 뒤편으로 다른 보호자 몇몇이 간식을 나누며 두런대는 소리가 들렸다.
“저 구석 침대에 남자 환자 곧 죽는다며?
애들도 어리고 마누라도 젊은것 같은데.”
혜옥씨 머릿속에서 우르르 쾅쾅 천둥이 치고 번쩍 번개가 내렸다. 벌떡 일어나 그 말을 뱉은 여자의 멱살을 잡았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냐고 남의 얘기를 어디서 그렇게 함부로 하느냐고 악다구니를 썼다. 걱정되어서 하는 소리라는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간신히 혜옥씨를 떨어뜨렸다.
혜옥씨는 갑천씨의 침대로 갔다. 듣지 못하는 갑천씨에게 말을 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갑천씨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도대체 우리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느냐고 목놓아 울었다. 혜옥씨의 어깨가 밤새 들썩거렸다. 갑천씨는 초점 없는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갑천씨가 죽었다.
암 덩어리를 옥죄던 망사 모자를 벗기고 콧줄과 소변줄을 뺐다. 힘겨운 숨을 이끌던 산소호흡기를 껐다. 감은 눈과 다문 입은 편안해 보였다. 속눈썹은 여전히 길었다.
혜옥씨가 엎드려 울고 있다. 혜옥씨와 꼭 닮은 눈을 가진 장모가 그 옆에 서서 눈물을 훔친다. 교복을 입은 아들의 어깨가 들썩거린다. 가장 늦게 도착한 딸의 눈이 버얼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