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공부를 할 때였나, 심리서적 한 페이지였나, 아니면, 여성 잡지의 한 켠이었나.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에 순위를 매긴다면, 단연코 1위는 '배우자의 사별'이라고 읽은 기억이 있다. 어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에 순위를 매길 수 있을까. 가족 친구 연인, 자식을 먼저 보낸 참척의 슬픔 또한 그 어떤 슬픔과 비할 수 있으랴.
신형철 평론가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과, 장일호 기자의 <슬픔의 방문>을 나란히 놓았다. 어제까지 가을이었던 지금이야말로 두 책을 두 번째로 읽기에 적당할 지도.
그전에 시집부터 연다. 섣부른 위로의 말 말고 그냥 손 잡아 주기. 아니, 그것도 말고 멀리서 지켜보거나 모른 척 다른 데 바라보기. 무심한 척 먼 하늘 올려다보기. 짐짓 모른 척하고 곁에 있어주기. 나는 이래서 시를 좋아하는지도.
내 슬픔에 대해 써보라는 말임을 알면서도,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을 그것을 꺼낼 용기를, 끝끝내 모르는 척하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