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부터 글 쓰는 현재 1월 중순, 한 달째 '감기가 나았다 걸렸다'를 반복 중이다. 오한으로 시작하고 편도염, 콧물, 센 기침 패턴으로 반복했다. 내가 기억하는 감기 중 가장 아픈 감기다. 소아과 감기약을 3주째 먹고 있는아이가 "엄마, 귀가 이상해. 귀에서 딸꾹질 소리가 나"라고 불편함을 표현했다. 다음날 아침 바로 병원으로 갔더니 딸아이가 감기 끝에 중이염에 걸렸다. 차라리 내가 걸리면 좋으련만, 속상했다. 아이를 돌보는 나도 증세가 닮아갔다. 아이가 노란 눈곱이 생기면 나도 생기고 귀가 아프면 나도 아픈 것 같고, 요즘 소아과 대기는 엄청나다. 보통 한 시간을 기다린다. 내가 다니던 이비인후과는 똑딱 어플사용불가라 요즘 같은 독감시기에 대기가 기본 2시간이다. 길고 긴 감기에 지쳤다. 이비인후과를 갔다가 대기줄을 보고 그냥 나왔다. 아이병원을 갈 때 나도 함께 약을 지어달라고 했다.
"아이고, 엄마 편도가 엄청 부었어요. 많이 아팠겠는데?"
소아과 약을 일주일 먹어봐도 좀 낫는 듯하다가 또 감기가 찾아왔다. 징글징글한 거머리 같은. 이번엔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으로 버텨본다. 침을 삼키기 힘들 땐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를 뿌려보고 기침이 심해 괴로울 땐 꿀을 한번 머금기도, 친정엄마표 레몬꿀차를 뜨거운 물 팔팔 끓여 자주 마셨다. 보통의 나는 병원 안 가고도 감기 따위는 쉽게 나았는데, 밤새 무서울 정도로 눕기만 하면 쉴 새 없이 기침하는 나를 보고 남편이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다음날 아이를 등원시키고 10시 반 이비인후과로 갔다. 현장접수 병원이다. 내가 도착 후 5분 뒤 오전 진료마감. 오후 12시 30분 진료를 받았다.
"어디가 안 좋아요?"
"편도염, 콧물, 기침 한꺼번에 다해요"
"왼쪽 코에 물혹이 있네요?"
"네? 물혹이 왜 생긴 거예요..? 이유가 뭔가요"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고, 물혹은 수술로만 제거 가능해요. 물혹 제거 전에는 CT 촬영 후 진행합니다. 당장 급한 건 아니나 이로 인한 부비동염, 천식, 비염 등의 불편감이 생길 수 있으니 그때는 수술을 고려해 보시고, 우선 약물로 물혹 사이즈를 줄여봅시다. 6일분 약 드시고 일주일 뒤에 뵈어요"
헐. 코안에 물혹이라니, 유방초음파 하며 물혹 생기는 경우는 봤어도 내 코에 물혹이 있을 줄이야, 정말 몰랐다. 코가 답답하고 숨이 편하지 않은 건 코감기가 심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물론 감기로 인해 더 많이 붓고 커진 상태긴 하겠지만, 예상치 못한 뜻밖의 이야기에 당황했다.
집에 오는 길. 김밥 한 줄 포장하며, 코물혹을 검색하니 수술하려면 3일 입원해야 한다는 후기에 아픈 것 둘째치고 "우리 딸 어떻게 하지. 누구한테 맡겨야 하나. 하.." 그게 걱정이었다. 그래서 더 심란했다. 왜 아프고 난리야. 짜증이 났다.
집에 와서도 좀처럼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싶은데, 이런 불안함이 닥칠 때는 1번으로 생각나는 이는 남편이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를 하니, 남편이 차분하게 말한다. 큰 걱정 할 필요 없고 모두가 수술적 제거를 할 필요가 없으니 물혹이 있어도 있는지 모르고 사는 이도 많을 거란 이야기와 함께 약부터 잘 먹어보자고 토닥여줬다. 다행히 약을 먹으니 차도가 느껴진다. 진작부터 이비인후과를 갈걸, 후회가 됐다.
아보카도, 블루베리, 올리브, 바나나, 딸기, 방울토마토
내 몸에게 미안해 저녁 식사 후 다양한 과일을 좋아하는 접시에 담았다. "엄마, 요건 누가 먹는 거야~? 나도 같이 먹고 싶땅" 야간진료로 늦는 남편이 오기 전 딸아이와 오붓하게 서로 먹여준 과일 한 접시가 달콤하고 따뜻했다.
2025년 01월 14일(화)
초밥을 좋아한다. 동휘언니와 애정하는 초밥 점심약속을 했다. 아이 등원 후 언니를 픽업하고, 일식당 가는 차 안에서 월요일 병원에서 들은 물혹이야기를 했다.
"내가 나의 엄마가 되어 돌봐줘야 된다며!!ㅋㅋㅋ 엄마적 사고를 하라며! 세상 어떤 애엄마가 대기줄 길다고 애 병원 안 가고 약국약만 먹이노. 제발 스스로 아끼고 몸 좀 잘 챙겨. 하여간 말만 잘해. 으이그.."
허를 찌르는 언니 말에 긍정으로 끄덕였다. 내 몸이 그렇게 신호를 보냈는데, 그걸 모르는 척 방치했다. 그냥 저러다 낫겠지 했다. 사랑하는 자식을 그렇게 두는 엄마는 없다. 나에게 진심으로 미안했다. 나와 동희언니는 평소 메뉴보다 16,000원 더 비싼 특정식을 시켰다. 메뉴 중에 톳이 나왔다. 톳, 그저께 마트 장 보며 '톳이랑 두부 섞어 먹으면 맛있겠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 아이, 남편이 즐기는 메뉴가 아니라 스킵하고 아이, 남편 위주의 밥상을 차린 기억이 스친다. 나에게 또 미안했다.
내 몸이 하는 소리, 마음이 전하는 소리. 앞으로 귀 기울여 듣고, 잘 보살펴 줘야지. 내 몸아, 미안했어... 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