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따뜻하며 단단해졌다
삼다수 2L×6팩 두 번들을 옮길 때, 20L 가득 장을 봐올 때, 주차장에서 잠든 40개월 아이를 안고 낮잠이불을 들고 올 때 제법 단단해진 근육을 느낀다. 아이를 씻길 때 쭈그려 앉는 자세도, 정갈하게 갠 수건을 한 아름 안아 수건함에 넣으러 갈 때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장거리 운전을 할 때도.. 어깨를 으쓱하지 않고 귀와 어깨는 멀어져 있다. 허리는 항상 곧게 가슴을 활짝 편 자세를 유지한다.
예전보다 적은 힘으로 가뿐하게 몸을 움직인다. 엉덩이 무거운 내가 마음만 먹으면 금방 몸이 사뿐히 움직여진다. 높은 강도의 움직임을 한 날에는 유독 하품이 많이 나고 졸리다. 다음날은 근육이 생기느라 온몸이 뻐근하다. 뻑적지근한 이 느낌이 근육을 만드는 과정임을 알기에 기분이 꽤 좋다. 뻐근한 다음날 요가를 가면 다시 개운하다. 하품이 난다. 일상이 반복되며 조금씩 하루씩 나도 모르는 사이 근육이 차곡차곡 자라난다.
독감 때문에 지난주 금요일은 갔다가 돌아왔고, 월요일은 수강예약을 취소했다. 콧물, 편도염은 참으면서 하겠는데 한번 시작되면 멈추기 힘든 기침소리는 도반에게 민폐라 도저히 수업에 참여할 수 없었다. 아파서 겔겔거리면서도 요가는 가고 싶어 매일 하루빨리 기침이라도 멎기를 바랐다.
선생님 제가 독감이 또와 가지고.. 이게 갑자기 기침이 시작되면 잘 멎지 않아서 오늘 수련은 다른 분들에게 방해될 것 같아 나왔어요 ㅜㅜ 주말 간 컨디션 조절해서 월요일에 뵈어요!
원경님~~ 멀리서 또 오셨는데 함께 못해서 속상했지만 오늘은 집에서 휴식하는 게 최고의 수련이시니 잘 선택하셨다 생각했어요 더 아프지 않기를 바라면서..! 회복에 전념해 주시고 저흰 월요일 수련 날 만나요! -오늘 예약은 취소해 드렸어요~
기침. 기침이 꽤 잡혔다. 컨디션이 회복 중이다. 오늘도 못 갈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98번째 수련일. 수요일 다슬선생님과 함께 요가 수련을 하고 왔다. 앞뒤 좌우를 비틀어주는 자세, 전보다 조금씩 스-윽 편하게 더 돌아갈 때 짜릿하다. 시원하다.
작년 4월부터 주 3회 매일 수업을 다니다 독감 때문에 처음으로 2회 연속 빠졌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요가할 때 익숙한 동작에서도 호흡이 더 가빠진다. 오늘은 꽤 컨디션이 좋아졌는지 오랜만의 수련에도 힘이 느껴졌다. 근육제로 몸뚱이가 온몸 곳곳에 힘이 느껴져서 기쁘다. 이 맛에 요가를 오는 건데, 평생 건강 잘 챙겨서 죽는 날까지 요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얼굴에 힘 푸세요
요가로 인한 일상의 변화 중 정적인 것을 생각해 보면 '호흡'과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매 순간 연습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라 생각한다. 반복되는 요가의 동작에서 숨쉬기를 잘하고, 힘을 빼면 더 쉽게 완성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바짝 힘을 주고 숨을 참으면 절대 완성할 수 없다. 그 동작들을 떠올리며, 하루하루 삶 속에서 힘을 잔뜩 주고 있을 때 의식적으로 힘을 빼고 깊은 호흡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어서 나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이미지로 영상으로 어렵지 않게 언제든 떠오른다. 이건 명상을 수련하며 얻게 된 것이다. 나를 바라보는 나는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명확하다. 그래서 행동과 결정이 심플해졌고, 전보다 사랑과 감사의 감정이 많이 생겼다.
좋은 것을 전파하고 싶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요가, 명상을 전도해 봤으나 갖가지 이유로 사람들을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요가한 지 10개월 만에 변화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며, 친정엄마와 요즘 주 1회 이상 만나는 동휘언니가 요가를 시작했다. 동휘언니는 내가 다니는 요가원으로 옮기고 싶어서 함께 운동하는 친구와 원데이 클래스를 들으러 오기로 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내가 좋은 것을 강요할 때는 절대 되지 않았고, 그저 스스로 좋은 것에 몰두하고 행복한 안정감을 뿜어낼 때 주변이 들도 함께 변화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매우 기뻤다.
지난 1월 8일 새벽 1시, 인스타 디엠이 왔다.
30대 초반 청년창업가로 활동할 시기, 브랜딩을 함께하고 회사소개서를 밤새 같이 만든 친구다. 나보다 5살 어린 동생이지만 매사 에너지 넘치고 본인이 가고자 하는 꿈의 목표가 명확한 친구. 그때 내가 많이 의지했다. 책을 괴짜처럼 많이 읽는,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면 미친 듯이 파고드는 친구였다. 덕분에 사회에서 꽤 윤곽을 잡아가는 것 같다. 그런 그녀에게 디엠이 왔다. 5개월 글 쓰는 것을 쉬었다가 매일 글을 쓸 때, 예전에 썼던 글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라 지우고 다시 쓰고 싶었다. 새로운 브런치북을 다시 만들어 처음부터 쓰고 싶은 생각도 했지만, 부족함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도 내 인생의 소중한 기록이라 느꼈다. 결과론 적으론 성취와 목표에 도달하는 것도 기쁜 일이겠지만, 성장 과정이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감에 감사하며, 그것만으로도 충만하게 무엇을 하든 즐거웠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시시콜콜한 감정이었는데, 그녀의 디엠이 내 마음에 '똑똑' 문을 두드렸다.
글 계속 쓰기 잘했다
요가, 명상, 글쓰기는 내 인생의 나침반이다
화려한 요가 동작을 행하는 수련자이거나, 대단한 요가 커리큘럼을 장시간 수강한 요가 안내자도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요가가 제시하는 인생의 방향을 깊게 느끼고 있다. 요가와 명상은 사실 이어져있다. 요가를 하다 보면 명상은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글쓰기는 매일 하루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감사한 것들을 되짚어보며 사랑을 표현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여 연습한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더 단단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울지라도 내 마음속 나침반이 견고하다면 길을 잃을 걱정이 없다. 내가 가야 할 길을 남에게 물을 것도 없다. 그렇게 평안의 방향으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