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놀음 (치국)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중순, 백신을 맞는다고 정신이 없던 때에 강의는 한 달에 한두 개밖에 없었다. 남편이 정말 최고의 마사지샵이 있다고 해서 가보았다. 상체 15분, 종아리와 발 30분, 총 45분에 3만 원짜리 마사지를 골랐다. 44년 동안 지출한 3만 원 중 가장 잘 소비한 3만 원 top 1에 링크되었다. 중국인 사장님께 이런 기술은 어디서 배울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서른에 여행 갔던 태국 치앙마이에서 마사지 학원을 이삼일이라도 다니고 싶었지만 일정 때문에 포기했었다. 사장님은 자기에게 배우면서 일해보라고 제안했다. 이 시국에 배우고 싶었던 마사지도 배우고, 돈도 벌 수 있다니 나는 3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공시생처럼 기뻤다. 동영상을 찍어 순서를 외우고, 사장님과 서로 마사지를 해주면서 감각을 익혔다. 그리고 이 주 만에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내가 마사지를 끝내자마자 금액의 반을 계산해 줬다.
다이어리에 매일 어떤 마사지를 했고 수익이 얼마인지 기록했다. 한 달 반이 지나 45번째 손님을 받았다. 마사지가 아니라 ‘맛 싸지’를 처음 겪게 된 사건이다. 사장님 전화를 받고 급히 가게로 갔다. 가게 앞에서 중키에 배가 볼록 튀어나온 아저씨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내가 인사를 하니 목을 까닥했다. 2층 가게 비번을 누르고 있는데 아저씨가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 가게 불을 켜기도 전에 아저씨는 급하게 뒤따라 들어왔다. 어지간히 성격이 급한 것 같았다. 전신 80분짜리 5만 원 지폐를 건네받고, 손님이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간 사이 나는 사장님이 열어둔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켰다.
등을 관리하고 있는데 대뜸 아로마는 팬티를 벗어야 하냐고 묻는다. 우리는 팬티를 입는다고 했더니 다른 데는 다 팬티를 벗는데 여기는 왜 안 벗냐고 재차 물어본다. 그러다가 결혼했냐, 나이가 몇이냐, 이름이 뭐냐, 일 배운 지는 얼마나 됐냐, 그럼 전에는 가정주부였냐 묻기 시작한다. 사장님이 있었으면 묻지 않았을 것들을 물을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는데, 순진하게 대답을 다 했다.
초보라 손님을 받을 때면 긴장을 해서 티셔츠가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린다. 손님이 지금 기다리고 있다는 사장님 전화를 받고 뛰어왔으니 원래 잘 나던 땀이 평소의 두 배로 폭발했다. 마스크가 흠뻑 젖고 있었다. 땀방울이 고객 옷 위로 똑 떨어졌다. 재빨리 이마 땀을 훔쳤다. 팔 부위를 마사지하는데 손님 손바닥에 땀이 흥건하다. 내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어도 고객은 춥다고 에어컨을 꺼달라고 하는데... 실내 온도가 22도인데, 가만히 누워 있는 사람 손에 땀이 찬 게 영 이상했다.
등 마사지를 끝내고, 종아리 후면을 하려고 다리를 덮고 있던 수건을 걷어 올리니 대뜸 하지 정맥이 있으니 종아리는 안 해도 된다고 한다. 그럼 종아리 빼고 발만 할 거냐고 물었다. 발도 크림을 바르면 미끌거려서 안 된다고 한다. 발마사지 전문 가게에 와서 발을 안 하겠다고 할 때 알아차려야 했다.
발 관리를 뺀다면 상체 35,000원 코스로 바꾸면 된다고 했더니 그러지 말고 발 대신 허벅지와 복부를 해달라고 한다. 복부는 내가 못한다고 했다. 아직 안 배웠다고 했다. 그게 사실이기도 했으니까. 그럼 허벅지와 서혜부만 눌러 달라고 한다. 서혜부란 단어를 들었을 때 내가 알고 있는 그 부위가 맞는 것인가 잠시 생각했다. 하마터면 ‘서혜부가 어느 부위예요?’ 물을 뻔했다. 그랬다면 마사지하는 사람이 그런 것도 모르냐고 당당하게 따졌을지도 모른다.
다리를 몸 쪽으로 붙여놓고 돌리는 동작에서 남자의 바짓가랑이에 동그랗게 젖어 있는 부위들이 보였다. 한 동그라미는 오십 원짜리, 두 동그라미는 백 원짜리에서 딱 1mm 모자라는 크기였다. 0.3초 만에 세 동그라미의 크기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다니, 내 시신경과 뇌신경의 콜라보는 역대 최고 효율을 내고 있었다.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기 위해 일어나 앉으라고 했는데 남자는 일어나지 않고 누워서 ‘그냥’ 해달라고 졸라댔다.
“그냥 해주면 안 돼요? 그냥 주물러주세요.”
“아, 아니요, 못해요.”
“아 그러면 제가 이상해지잖아요. 제가 퇴폐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끝내면 앞으로 못 오잖아요.”
남자는 그렇게 누워서 ‘그냥’이라는 말을 계속해댔다. 고객이 그냥 원하면 서비스 업종의 사람들은 그냥 해줘야 하는 것인가? 나는 웃는지 우는지 헷갈리는 어그러진 표정으로 안된다며 손만 휘저어댔다. 정색한 얼굴로 안 하니까 다른 데 가란 말을 왜 못 했을까?
마지못해 앉게 된 고객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소리치는 것으로 관리를 끝냈다. 남자는 탈의실로 갈 생각을 안 하고 배드에 계속 앉아 있었다. 나는 비타민 드링크를 냉장고에서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고, 카운터에 앉았다. 남자는 시커먼 얼굴을 카운터에 앉은 내 쪽으로 돌리고 또 말을 시작했다.
“아! 퇴폐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서혜부만 눌러 달라고 하는데 이렇게 가면 진짜 이상한 사람 되잖아요.”
“서혜부에 노폐물이 많이 쌓여서 마사지해주면 좋긴 하죠, 그래도 저는 못 해요.”
“아니, 원래 남자는 마사지하면 좀 이상야릇하게 느끼고, 그런 걸 느끼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아, 네.”
내가 왜 ‘아 네’라고 했을까. 얼마나 바보 같은 대답인지……. 지금 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사장님, 제가 왜 사장님이 이상야릇하게 느끼게 만들어야 해요? 여기는 시원하게 느끼게 하는 마사지샾인데요? 이상야릇하게 느끼려면 와이프한테 가서 해달라고 하세요!”
하지만 이렇게 말했을 때 그 남자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뭐? 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그럼 네가 시원하게 마사지를 잘해야 할 것 아니야? 실력도 안 되면서 왜 건전샵에서 일하고 지랄이야?” 돌발하지는 않을까 공포스러웠다. 마사지를 잘 못하는 초보 마사지사로써 애써 웃는 얼굴로 ‘안 된다. 안 한다. 못 한다’는 관념적인 부정어만 남발하고 있었다.
“여기는 그런 거 안 한다. 원장님이 알면 큰일 난다” 고하니
“그러니까 원장님 몰래 해달라고 하는 거 아니냐. 오기 전에”
그렇게 실랑이를 20분 정도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구원자의 얼굴을 하고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그제야 남자는 화장실에 갔다가 옷을 갈아입으러 탈의실에 들어갔다. 나는 사장님께 발 마사지는 안 했으니 15,000원 환불해 주라고 했다. 남자는 옷 갈아입고 나와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비타민을 마시고, 사장님과 5분 정도 이야기하다가 나갔다. 남자가 나가고 나서 사장님께 있었던 일을 소상히 일러바쳤다. 앞으로 이렇게 말하라고 알려줬다.
“저희는 그런 거 안 합니다. 그냥 다른 데 가세요.”
이 업계에서 반년 일하면서 알게 되었다. 마사지업계에 퇴폐업소가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이제 마사지 가게에서 일했었다는 것도 말하기가 껄끄러워진다. 색안경을 끼고 볼까 봐 겁난다. 어쩌면 내가 강의도 별로 없는데 직업을 물으면 강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유는 남들이 강사라고 하면 멋있고 대단하게 봐줘서 일지 모른다. 이번엔 남들의 색안경을 이용해 자기만족을 얻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