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구나... 목소리가 잠겼네...나도 감기걸렸어... 이럴 때는 네가 좋아하는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 딱 때리면 금방 낫는데..."
['Gryadbhun se qualle onccorres, xiwwend gge wislando. tyrrns wa deelzond']
('사령관님 저희 요원인것 같은데, 치명상을 입고 정신이 혼미한 상황인것 같습니다. 통역장치 가동하겠습니다.')
"나 술꼴아서 이러는거 아니야... 안취했어... 그냥 그 모든것들이... 미안하다..."
[지금 심각한 위협에 처한 상황이라면, 계속 암호어로 이야기해도 됩니다.]
"뭐야, 너 누구야 이 새끼야... 누군데 이 늦은시간에 수진이랑 같이 있냐고 이 새끼야! 수진이 바꿔 이 개새끼야!"
[음성을 지구인 여성으로 바꿨습니다. 스지나 정거장 사령부 작전 담당관입니다. 당신의 상관은 지금 다른 대륙에 투입 된 이후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연락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수진아... 내 연락 기다렸어? 근데 저 새끼 누구야?... 너 혹시... 남친 생겼니? 괜찮아... 다 이해해.. 그런다고 우리 추억이 다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언제나 가슴 속에 새겨져 있으니까... 절대로 지워지지 않아..."
[제거하지 못한겁니까? 저희 내부에 첩자가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래도 일단 사령부 내에 보안경보를 발령하고, 경계태세를 1단계로 격상하겠습니다. 교신하는 동안 우리 30-SAM 언어는 사용하지 마십시오. TUWAN족에게 당한겁니까? 아니면 ZoZo족 입니까.]
"족발? 가끔 니 생각나면 먹지... 너는 야들야들한거... 나는 퍽퍽한거... 우리 잘 맞았잖아...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사이에는 새우젓이 더 필요했던거 같에... 항상 뭔가 더부룩하고...답답한... 그런... 니 잘못이라는건 아니고... "
[작전 전달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사령부에서는 두 종족 타겟을 모두 당신이 제거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무기와 보급품은 충분히 전송해두었는데, 혹시 문제가 있었습니까?"
"내 문제지... 내가 병신이라서 그래... 내가 7년동안 계속 시험에 떨어지니까.. 내가 미쳤지... 빨랑 접고... 딴거 알아봤어야 됐는데... 너무 고생만 시켰으니까... 미련을 못놓겠는거야... 갑자기 노량진 컵밥 생각나네..."
[지구에서 NR-J Curvebomb은 사용허가가 나지 않을겁니다. 타겟이 일곱 명인데 그런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게되면, 우주무기관리국에서 무장해제를 강요할 명분을 제공하는겁니다.]
"수진아."
[말씀하십시오.]
"사랑한다."
[안됩니다. 차원간 질서를 파괴하거나, 위협하는 행위 일체를 SUZINA 정거장 사령부에서는 용인하지 않습니다.]
"내가 너 계속 사랑하면 안되냐?"
[안됩니다. 아무리 우리 종족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어도, 우주 종족 간 질서를 파괴하는 일은 결국 우리에게 해가 될 뿐입니다.]
"알았어... 미안해... 잊을께... 잊어야되니까 딱 한잔만 더 하고 들어가야겠다..."
[작전을 취소합니다. 그 어떤 임의적인 작전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요원께서는 지구 시간으로 72시간 안에 정해진 워프장소로 이동해 명령을 기다리십시오.]
"내가 내 몸 망친다는데 니가 무슨 상관이야! 그럼 같이 마셔주던가!"
[지금부터 SUZINA 정거장 사령부의 지원은 일체 없습니다. 지시에 따르지 않을경우, 모든 기억이 삭제되고 지구인으로 남겨진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수진아."
[말씀하십시오.]
"내가 잘못했어... 이제 술먹고 전화 안할게...그니까 차단하지마... 또 전화할게..."
[삐-]
"아이고, 젊은사람이 이런데서 술먹고 누워있으면 안돼지. 입 돌아가 이 사람아, 얼른 일어나. 지갑이랑 있나 확인해봐. 전화기는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