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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jwk Sep 22. 2019

완연한... 기다림을 담고 있는,

가을 1.

완연한 가을이다. ‘완연하다’는 봄과 가을에만 어울린다. 

완연한 봄.

완연한 가을. 

길었던 한 계절이 지나고 기다렸던 선선함, 기다렸던 포근함이 왔을 때 쓸 수 있는 말. 

‘완연한’은 그렇게 기다림을 담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낮에는 기분 좋은 햇살이 정수리를 뜨뜻하게 데운다. 지난 밤 충분히 잤음에도 햇살이 내 몸을 몽글몽글 나른하게 녹인다. 이런 날은 지루하지 않은 사람과 걷고 걷고 또 걷다가 힘이 들면 음악이 좋은 카페에 들어가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싶다. 금연구역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서로의 담배에 불을 붙이고 싶다.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찹찹한 잔디 위를 달리다 지치면 그대로 누워서 말도 안 되는 꿈을 나누고 싶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을 것 같은 밤이 지나고 나면 겨울이 올 것이다. 


나는 분명 수십 번의 겨울을 살았는데, 겨울이 무엇인지 알고 있음에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여름의 끈적한 열기도 이미 희미해진지 오래. 오직 ‘지금’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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