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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tin May 20. 2022

코로나19를 기억한다는 것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보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는 숫자로는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었다. 평범한 개인의 일상부터 각 분야의 흐름과 상식 자체가 모두 뒤바뀌는 시간이었다. 물 흐르듯이 지나가며 또 하나의 위기일 뿐이었다고 정리하며 지나쳐 가기엔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가 충분히 많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멀리 있는 누군가와 만나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방송매체는 편집된 영상이라도, 실제 사건을 접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2022년 1월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에서는 <코로나19 교육보고서 사라진 학교>라는 제목으로 의무교육을 받는 나이에 속한 학생들이 관계가 단절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2022년 2월 방영된 JTBC 토크쇼 <다수의 수다>에서는 배달과 택배 기사들이 모여 팬데믹 상황 속에서 겪은 현장 이야기를 나누었다. 좀 더 앞선 시기인 2020년 8월 인쇄된 favorite이라는 독립잡지는 해당 호에서 코로나19 시기에도 좋아하는 일을 브랜드나 숍으로 운영하는 사람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전하고 있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제작한 '코로나19 교육보고서 사라진 학교'가 전하는 메시지는 좌절이었다. 수험생은 입시 기간에 비대면이 가능한 시기더라도 직접 만나서 교육받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겪어야 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을 때나 수업 중간에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현장에 있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환경이었다. 사람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시되었기 때문에 참아야 하는 아쉬움은 모두 개인의 몫이었다. 관심분야를 깊이 연구해보는 고등학생 역시 직접 자연의 변화를 보고 나서 느낀 아픔을 전했다. 바다 근처에서 동물과 물속 생태계를 직접 돌보았던 한 학생은 점점 더 복구하기 힘들어져 가는 현실을 지켜봐야 했다. 친구들과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해가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역시 혼자서 보내는 시기를 어른스럽게 참아내기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만큼 어려웠다. 


 JTBC 토크쇼 <다수의 수다>에는 법조인, 학원강사, 종교인, 벤처기업인 등 말 그대로 다양한 분야의 직업인들이 이미 출연했었다. 마지막 회차에 모인 출연자는 배달과 택배 기사였다. 어떻게 보면 팬데믹의 영향을 몸과 피부로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이들이었다. 비대면 국면에서 온라인 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된 만큼 그 사이를 연결 짓는 또 하나의 서비스는 운송이었다. 택배 개인사업을 열기 전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지내왔던 원성진씨는 하는 일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어느 때보다 배달이 활성화되면서 일을 하는 사람도 서비스를 경험하는 사람도 서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 일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누구나 자격을 쉽게 취득할 수 있다고 해서 사회적 기능이 낮은 건 아니었다."라고 원씨는 말한다. 누군가에게 좌절이었을 수도, 즐겁게 건너가 보는 시기였을지도 모르는 비대면 중심 사회에서 배달과 같은 일은 제 기능을 통해 숨구멍을 트이는 역할을 했다. 


상황에 따라 코로나19라는 악조건을 우회할 수 있는 이들도 있었다. 좋아하는 일이나 자신에게 가치가 있는 일을 통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 개인 사업자의 취향이나 감각을 정체성으로 삼으며 일로 승화시킨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favorite>이라는 독립 잡지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잡지에 소개된 인물들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는 좋아함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일에 집중한 결과가 일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사업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은 사업자가 제시하는 디테일과 취향들 사이에서 본인에게 맞는 장면을 발견하고 골라간다.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아는 것은 독창적인 것을 발견하고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결된다. 사업자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만든 일을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우연하게 만나서 찾은 취향과 순간을 진짜라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멀어질 수 있는 관계에 끈이 놓이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사업 중 하나는 좋아하는 것으로 일을 하는 경우였다. 


개인적으로도 2019년과 2020년 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불특정 다수를 바깥에서 만나는 기회와 횟수의 변화였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비대면의 비중이 늘어남을 경험했다. 그 시간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어 좋아하게 된 대상은 자신이었다. 이전에도 일기를 쓰거나 생각정리를 위해 산책이나 독서를 했지만 달라진 분위기에서는 알지 못했던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곤 했다. 팬데믹 이전에 바깥에서 외부활동을 하는 횟수가 더 많았을지는 몰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가볼 수 있는 장소를 갈 기회는 더 적었다. 스스로와 충분한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시기에 접한 자신과도 적응을 거치면서 맡아볼 수 있는 냄새와 풍경은 생경했다. 


코로나19라는 변화와 혼란의 시기는 각자의 나름대로 기억될 것이다. 관계를 중요시했던 초등학생과 중학생, 시험을 앞두고 불편함을 겪은 고등학생, 자연의 상처를 보고 미안함을 가진 고등학생들은 혼자 힘으로 견디기 어려웠음을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가계 경제를 책임지기 위해 운송일을 해왔지만, 본의 아니게 사회에서 꼭 필요한 역할과 기능을 담당했던 라이더들은 직업이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체감을 했을지도 모른다. 전 세계의 경제가 얼어있는 상황에서도 좋아하는 것으로 일을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사업자들은 취향을 위해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좋아해 주는 사업에 꾸준함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아직 완벽히 돌아온 일상은 아니지만, 2020년 이전과 달라진 이후의 몇 년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포함한 '관계'들의 의미가 화두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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