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한 방울 딱 고만큼이면 된다
매일 운동의 주종목은 걷기지만 많이 덥거나 추운 날씨에는 부종목인 실내자전거로 대체된다. 운동을 시작한 지 3년이 넘어가면서 이 루틴이 잘 이어져 왔는데, 올여름은 실내자전거가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더위가 한풀 꺾여가는 무렵에 홈트레이닝 영상을 새로 하나 발견하고 그걸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의 속도를 내가 조절할 수 있고 무엇보다 영상미까지 있어서 운동하는 시간이 다시 즐거워졌다. 이제 슬슬 걸으러 나가도 될 계절인데,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 중이다. 걷기의 매력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고민이 깊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두 개의 드레스를 눈앞에 둔 신부처럼.
1km 거리도 걸으려 하지 않던 나는 유전적 고혈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운동을 시작했다. 억지로 하던 운동이 1년, 2년 쌓이다가 3년이 넘어서면서 달라졌다.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은 날은 중요한 것을 놓친 듯한 찜찜함이 종일 남는다. 하지만, 주말과 공휴일은 쉽니다. 이 찜찜함의 문제를 넘어 운동을 유지하려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무려 일석삼조의 효과 때문이다.
첫째로, 몸이 건강해진다는 건 말할 것도 없는 효과. 주변에서 운동하기 전보다 힘이 있어 보인다는 말을 들을 만큼 활력이 생긴다. 스트레칭도 매일 운동에 포함시켰더니 매년 건강 검진 때마다 조금씩 키가 자라는(!) 놀라운 효과도 맛보고 있다. 그렇다고 운동만으로 혈압이 제자리를 찾는 건 아니다. 진료는 전문의에게.
둘째로, 생각을 멈출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취미라고 할 만큼 생각하는 것이 즐거운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생각을 덜어내고 가벼워지고 싶어졌다. 운동은 그런 욕구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걸으면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데 신경을 쓰거나, 근력 운동을 하며 근력을 키우고 싶은 부위에 집중할 때가 있다. 그렇게 운동 자체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을 멈출 수 있다.
셋째로, 효율성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한 탓에 바닥을 향해가는 시기에도 자기 효능감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속도를 유지하며 걸은 후 집에 돌아와 벗은 모자에 땀으로 얼룩져 있는 이마 부분을 볼 때가 있다. 또, 운동을 마무리할 무렵 매트 위로 땀방울이 뚝! 하고 떨어지는 순간이 있다. 자신과의 약속을 오늘도 지켜낸 자신이 참으로 마음에 드는 순간이다. 1년 2년 그렇게 모인 땀방울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진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육아에도 체력이,
청소년 아이를 키우는 인내력에도 체력이 필요하지만,
그런 시기를 잘 버텨내고 서있는 지금의 나를 지키는데도 가장 필요한 건 체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