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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May 17. 2024

셸리 리드의 <흐르는 강물처럼>

(스포 없음)

남편에게 생일 선물로 받았던 책을 이제야 다 읽고, 책을 덮으면서 눈시울이 촉촉한 채로 남편에게 다시 고마움을 전했다. 사백 페이지가 넘는 책을 내 손으로 고르는 일은 거의 없는 일이었으니까.


"인간은 한 번만 살기 때문에 소설을, 문학을 읽어야 한다."

이동진 작가의 이 한 줄 때문에 책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이 문장이 탁월하다는 생각에 그쳤을 뿐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지는 않았다. 제목조차도 너무나 유명한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니. (영문 제목은 영화와 다르지만.)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제목이 아닌 다른 제목은 가능할 수가 없었다. 주인공 빅토리아에게 강은 모든 것을 이어주는 존재였으니까.


시간의 흐름에 삶을 맡기는 것과 흐르는 강물에 맡기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비슷한 듯 하지만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빅토리아를 통해 알게 되었다. 물의 깊이도, 유속도, 바닥의 질감도 수시로 달랐고 그 모든 것을 맨몸으로 오롯이 버텨낸 빅토리아. 멈추고 싶을 때도 거칠게 흘러가야만 했다. 영원히 강물 속에서 멈출 수 없을 것 같아 보였지만 열일곱 소녀가 자라 유속의 힘보다 발목의 힘이 세어졌을 때 비로소 멈춰 일어설 수 있었다. 비록 물살에 흔들릴지언정.

빅토리아도 젤다도 잉가도 거친 물살을 이기고 일어선 어머니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떠올리며 마음이 아려오는 건, 그들이 여전히 그 강물 속에 그대로 발을 담그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책을 읽는 중인지 그림을 보는 중인지 신비한 경험을 했다. 아니 이야기는 더할 수 없이 험난할지언정 나는 숲 속에 있는 것만큼 싱그러웠다. 강물, 흙, 바람, 안개, 나무 이 모든 것들에 둘러싸여 빅토리아 곁에 머무는 경험이었다.


(책을 덮자마자 빅토리아의 감정에 이입된 상태에서 남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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