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없음)
남편에게 생일 선물로 받았던 책을 이제야 다 읽고, 책을 덮으면서 눈시울이 촉촉한 채로 남편에게 다시 고마움을 전했다. 사백 페이지가 넘는 책을 내 손으로 고르는 일은 거의 없는 일이었으니까.
"인간은 한 번만 살기 때문에 소설을, 문학을 읽어야 한다."
이동진 작가의 이 한 줄 때문에 책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이 문장이 탁월하다는 생각에 그쳤을 뿐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지는 않았다. 제목조차도 너무나 유명한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니. (영문 제목은 영화와 다르지만.)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제목이 아닌 다른 제목은 가능할 수가 없었다. 주인공 빅토리아에게 강은 모든 것을 이어주는 존재였으니까.
빅토리아도 젤다도 잉가도 거친 물살을 이기고 일어선 어머니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떠올리며 마음이 아려오는 건, 그들이 여전히 그 강물 속에 그대로 발을 담그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책을 읽는 중인지 그림을 보는 중인지 신비한 경험을 했다. 아니 이야기는 더할 수 없이 험난할지언정 나는 숲 속에 있는 것만큼 싱그러웠다. 강물, 흙, 바람, 안개, 나무 이 모든 것들에 둘러싸여 빅토리아 곁에 머무는 경험이었다.
(책을 덮자마자 빅토리아의 감정에 이입된 상태에서 남기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