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소설_2
넌 알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용기는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영 찜찜하고 그런 거.
아니야, 용기 없다는 것도 핑계고 게으른 거지 뭐.
게으름이 양심을 이기는 건가, 창피하네.
근데, 저녁 시간 다 되어가는데 통화 괜찮은 거야?
그렇구나. 오늘 저녁은 뭐 먹어?
그런 요리를 할 재료가 집에 다 있다고?
놀랍다야.
아까 어디까지 말했지?
맞아, 넌 역시 기억력이 탁월해.
철들기 전부터였으니까 거의 내 인생 전체였다고 할 수 있지.
근데 그렇게 나오고 나면 내 일상에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누가 봐도 "아, 쟤 뭘 하긴 하는구나' 이럴 정도로 말이야.
'저런 거 하려고 꿈틀거린 거구나' 이런 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알겠더라고.
내가 몸만 나왔지, 여전히 사람들 시선 의식하는 건 벗어나지 못했더라고.
뭐라도 해서 사회에 보탬이 되고, 피켓 하나라도 들고 서있는 그런 거 하고 싶었지.
근데 여태껏 문턱도 못 넘었네.
문턱? 그러네.
언제 적 단어냐, 요즘 문턱 보기도 쉽지 않은데.
지금? 벌써 2년쯤 됐지.
난 사실 나이 먹어도 시간이 빠른지 잘 모르겠는데, 뭔가 큰 일은 또 엄청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러고 있는 내가 실망도 되고 자책도 되고, 그렇지 뭐.
연말이 다가와서?
그런가, 정말 그래서 요즘 더 그런 건가 싶긴 하네.
모르겠어.
근데 진짜 다행인 건 뭔지 알아?
글이라도 쓰고 있다는 거.
세상에 소리 내고 싶었는데, 글만 쓰면 소리 없는 아우성인가?
역시 통화가 길어지니 실없는 소리가 나온다.
근데 그 요리는 오늘 처음 하는 거야, 원래 자주 하는 거야?
오호, 새로운 도전이라~ 대단해.
나? 아무 생각 없없는데, 나도 도전 한 번 해봐?
알았어. 한 번도 사보지 않은 재료를 하나 골라보라 이거지?
난 마트 간다.
알았어. 오늘은 부담없이 문턱 넘어가볼게.
고마워, 너도 맛있는 도전 성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