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소설_1
거절당하는 건 참을 만 한데, 속이 타들어가는 거 같어.
아, 내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말 안 했나?
3년 전부터 월간지 받아보고 있는 건 말했었나?
웹으로도 받아볼 수 있는데 아직 종이책이 좋아서 말이야.
암튼, 거기서 지난달에 "차별 없는 사회 만들기" 서명을 받아줄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글이 있더라고.
항상 좋은 일이 앞장서는 출판사에서 하는 일이라 나도 도움이 좀 되어볼까 싶었지.
그래, 이 소심한 사람이 거리에 나가서 서명받을 생각을 했다니까.
차별, 그래.
맞아, 서명받아서 뭐 세상이 달리지진 않겠지.
그래도. 잠깐 설명 듣고 서명하면서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면 세상이 바뀌는데 영향은 좀 있겠지.
진짜 진심으로 꾹꾹 눌러 서명해 주고 가는 사람들도 있어.
신기하게 눈빛부터 따뜻하더라.
아니, 근데 서명받는 곳 옆에서 매번 그렇게 방해를 해대네.
생각도 못했지. 그것 때문에 이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근데 오늘은 힘들다기보다 너무 슬프더라.
옆에 동료들 몰래 눈물 훔치느라 혼났다니까.
사랑, 사랑 노래를 하더니 그 사랑은 어디다 갖다버렸다니.
차별 없는 세상보다 차별 만연한 세상이 정말로 좋아서 그러는 걸까?
미안. 오랜만에 통화했는데 내가 너무 길게 늘어놓았네.
너는 어떻게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