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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처럼 Oct 06. 2024

홀로 핀 작은 꽃

엄마, 알아 봐 줄 거지?


# 기억의 조각


 초등학생이던 어느 5월, 아침부터 조퇴한 날이 있었다. 배가 많이 아팠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게 어려울 만큼. 내 키보다 약간 컸던 학교 담장을 붙잡고 집으로 가는 길. 담장엔 장미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아야!' 

손을 잘못 뻗어 장미 가시에 찔렀다. 장미처럼 붉은 피가 흘렀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햇살은 나를 비추고 장미꽃이 만개했던 아름다웠던 날. 방긋한 날씨에 약이 올랐다. 배는 차갑고 아픈데 햇볕은 따스하고, 손에 장미꽃은 활짝 웃는 듯 피어 있어서.


 아픈 몸을 이끌고 걷는 길.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쪼르르 눈물이 흘렀다. 아파서 울었던 게 아니었다. 서러웠다. 집에 가면 또 혼자 일 테니까, 장미꽃처럼 활짝 웃어 줄 엄마가 없을 테니까.       

            

 시간이 흘러. 지금도 5월에는 어김없이 장미꽃이 핀다. 산책을 하다 보게 된 어느 아파트 담장. 엄마와 아이가 장미꽃을 보며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엄마가 물었다.

"우리 철이 꽃은 어디 있을까?"

"이 꽃이야 엄마."

아이는 까르르 웃으며 되물었다.

"엄마 꽃은 어디 있어?"

"여기 없어. 엄마는 꽃이 잘 자라도록 도와줘야 하거든."

 

잠시 후 아이는 아장아장 걷더니 땅에 핀 작은 꽃을 가리키며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얘는 왜 혼자 피어 있어? 장미꽃은 사이좋게 같이 피는데 말이야."


'혼자'라는 말만 들으면 왜 이렇게 먹먹해지는 걸까. 장미와 멀리 떨어져서 땅에 핀 아주 자그마한 꽃. 이름 없이 홀로 핀 꽃이 나를 닮은 것 같았다. 꽃에게 마음속으로 한 마디 건넸다.

'씩씩하게 잘 자라서 다행이야'




# 비 오는 날의 편지



엄마.

혹시 어떤 꽃을 좋아해?

엄마한테 들은 적도, 물어본 적도 없어서 궁금해.

아마 장미꽃은 엄마도 좋아할 것 같아.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  


그런데 난 오랫동안 장미가 싫었어.

장미는 담장에 기대어서 피어나는데

나는 기댈 있는 엄마의 울타리가 없었으니까.


엄마.

누구에게나 꽃은 핀다고 하는데

난 항상 의심이 들었어.

'울타리 없는 나도 꽃이 필까?'하고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활짝 핀 장미꽃처럼 

잘 사는 것처럼 보여.  

사랑하는 사람과 웃고 떠들고, 

맛난 것도 먹으면서 말이야.


엄마.

부러운 마음을 달래고 싶어서 길을 걸었는데

우연히 장미꽃과 떨어져 핀 자그마한 꽃을 봤어.

측은해 보이고, 이름도 없지만 예쁜 꽃.

꽃이 알려줬어.

'장미가 아니라도 괜찮아. 중요한 꽃을 피우는 거야.'


난 요즘 홀로 꽃을 피우겠다는 마음으로 살아. 

땅에 핀 작은 꽃의 눈으로 장미꽃을 바라보고 있어.

조금 떨어져서 봤더니 

이젠 부러움이 아니라 사랑이 보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었다

아이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담장이 되어 주는 세상 모든 엄마들의 다정한 사랑이.  


엄마.

난 엄마의 울타리는 없지만 꽃 피울 거야. 

조금 힘들어도 가능할 거야. 

내겐 배가 아파도,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도 

홀로 서는 힘이 있거든. 


엄마. 하늘에서 잘 지켜 봐줘. 

내가 피우는 꽃을착각하면 안 돼.

난 장미꽃이 아니라 홀로 작은 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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