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 중 갑자기 잠에서 깨던 날이 있었다. 꽉 막힌 가슴, 차가운 귀와 손. 음식을 먹고 체한 날이다.
'엄마' 하고 부르면 엄마는 내가 체한 줄 금세 알아차렸다. 항상 귀를 가장 먼저 만져 보고 등을 '툭툭' 등을 두드리던 엄마. 그 두드림이 답답한 속을 괴롭히는 누군갈 불러 내는 소리 같았다. 잠시 후 엄마는 반짇고리에서 바늘을 꺼냈다. 엄마가 손가락을 '콕'찌르면 '아야' 하는 나의 외침과 함께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엄마, 피가 왜 이렇게 새카매?"
"체하면 피가 검게 돼. 엄마가 나쁜 피를 몰아냈으니까 금방 괜찮아질 거야"
신기했다. 엄마 말대로 조금씩 속이 풀렸다. 엄마의 따뜻한 손이 내 배를 쓸어 주면 차가웠던 몸도 금방 데워졌다. 세상에서 가장편안했던 손길. 아직도 난 그 따스함을 엄마 냄새처럼 기억하고 있다.
엄마가 없을 때 체하면 긴긴밤 잠들지 못했다. 그런 날은 속이 더 답답했다. 자꾸 울렁울렁하는 뱃속, 차가운 바람맞은 듯 덜덜 떨리는 몸. 체 했을 때 느낀 불편함은 불안감과 닮은 듯했다. 엄마 없는 불안감 말이다.
엄마가 하늘로 떠난 뒤 거의 체하지 않았다. 매일 밤 엄마가 찾아와 아픔을 느낄 수 없는 바늘로 내 손을 콕 찌르고 돌아갔던 걸까. 지금도 음식을 먹고 잘 체하진 않는다. 체한 느낌이 들 때는 있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을 때, 내 마음결과 다른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땐 얹힌 기분이 든다. 그런 날엔 그립다. 툭툭 등을 두드리고, 콕콕 손가락을 찌르고, 쓱쓱 배를 문지르던 엄마 손이. 따끔하고도 따뜻했던 엄마 손은 왠지 답답한 감정도 뻥 뚫어 버릴 것 같다.